[스마일 먼데이]동료사진 찍어 전시회 연 최범용씨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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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직원 최범용씨가 자신의 촬영한 병원 직원들의 인물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영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직원 최범용씨가 자신의 촬영한 병원 직원들의 인물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영기자
“서로 얼굴을 볼 때 저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병원 사무직 직원으로 의사와 간호사, 직원 등 동료의 얼굴을 흑백 필름으로 촬영해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기획실 최범용씨(33).

최씨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보면서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 낯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2002년 한 해 동안 병원 각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촬영한 뒤 50명의 사진을 전시하는 ‘내가 만난 50인’ 전시회를 병원 지하 1층 로비에서 28일까지 개최한다.

사진 속에는 분만실에서 미숙아에게 우유를 먹이는 남자 레지던트, 수술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외과의사는 물론 안내 데스크 직원과 원내 방송반 직원,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땀흘리는 동료의 얼굴이 고루 담겨 있다.

최씨가 동료의 얼굴을 촬영해 전시한 이유는 분야는 다르지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늘 긴장 속에 일하느라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

또 다소 삭막해 보이는 병원의 작은 공간에서나마 전시회를 개최해 환자들에게도 잠시 편안함을 주고 사진을 통해 병원 직원과 친밀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 최씨는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델료 명목으로 사진 속의 동료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최씨는 올 1년 동안 병원 동료는 물론 투병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환자와 일산 지역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숨은 일꾼을 찾아 얼굴을 사진에 담고 내년 초 ‘내가 만난 100인’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 꿈을 갖고 있다.

수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번 ‘50인’ 전시회에 초대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은 가족의 권유에 따라 내년에는 반드시 포함시키는 ‘특혜’를 주기로 했다.

그는 “사진을 통해 동료와 가족, 환자들과 정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며 “렌즈를 통해 자신의 일에 땀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볼 때 늘 흐뭇했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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