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은 이런 음악적 변화에 대해 “내 길을 정했다기 보다 주위의 오랜 권유를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직후부터 발라드 전문가들로부터 ‘발라드 전향’을 권유받아 왔다. 93년 윤상의 음반에서 객원 가수로 ‘소년’을 불렀고 2001년에는 유희열의 5집 ‘페르마타’의 타이틀곡 ‘좋은 사람’도 그의 노래다. 유희열은 오래전부터 김형중에게 “네 목소리의 톤이나 음색, 소리의 결은 발라드 감성에 적격”이라고 말해왔다.
새 음반의 타이틀곡 ‘그랬나봐’(유희열 작사 작곡)는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와 가슴을 어루만지는 멜로디, 촘촘한 곡의 구성이 유희열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곡. 그러나 김형중 특유의 부드러운 절규와 여러 결의 흐느낌이 이 노래를 ‘김형중표 발라드’로 만들어간다.
“희열이 형이 나를 정확하게 알아요. 그래서 내 목소리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줬어요.”
이번 발라드 음반을 내놓으면서 시행착오도 여러 번 겪었다. 특히 음반 수록곡이 모두 쟁쟁한 작곡가들의 작품이어서 가수의 보컬이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았던 것. 다섯번째 트랙의 ‘아이 러브 유’(조규찬 작사 작곡)도 그런 사례다. 조규찬의 노래는 기교가 많아 난이도가 높다. 김형중은 그러나 이 노래를 자기 목소리에 맞을 만큼만 ‘소화’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그 덕분에 김형중의 새 음반은 발라드 전시장같다. 1인 2역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연인’(김형중 작사 조규만 작곡), 중간 템포의 펑키 분위기가 매력적인 ‘그대만을’(이승환 작사 작곡), 소녀의 풋풋한 걸음을 연상시키는 ‘세살차이’(조규만 작사 작곡), 발성을 절제해 꿈꾸듯 속삭이는 ‘미몽’(유희열 작사 작곡) 등.
그는 데뷔 이래 프로의 세계에서는 기대주로 손꼽혔으나 대중들의 주목은 크게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음반은 발매 일주일만에 3만장에 다가서며 인기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처럼 빠른 반응은 처음”이라며 활짝 웃는다.그는 ‘EOS’ 음반도 준비중이다. 여기에서는 발라드와 전혀 다른 전자 사운드와 스크래칭을 선보일 계획이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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