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배냇머리, 이마, 코, 눈썹, 눈두덩, 속눈썹, 눈, 귀, 볼, 입술, 이, 잇몸, 혀, 턱, 목, 목덜미, 쇄골, 어깨, 젖가슴, 젖꼭지, 겨드랑이, 두 팔, 팔꿈치, 팔, 손목, 손, 엄지손가락, 집게 손가락, 가운데 손가락, 약지, 새끼손가락, 등, 엉덩이, 항문, 배꼽, 허리, 음모, 성기, 허벅지, 무릎, 장딴지, 발목, 발, 엄지발가락, 나머지 네 발가락, 당신이 애무하지 않은 곳이 없고, 당신이 입맞춤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매일, 매일, 몇 천 번, 몇 만 번, 당신은 내 몸을 내게 남긴 것인가요? 내 몸이 당신의 유품이로군요. 나는 당신을 몰아낼 수도 없고 당신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고. 나는 지금도 당신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있고, 당신은 지금도 내 몸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온몸에 화상처럼 남아 있는 당신의 감촉이 멀고 희미한 기억으로 바뀔까요?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당신을 묻을 수 있는 것인가요? 아이구, 이럴 줄 알았으면, 한참 일을 벌이는 중에 죽여버리는 건데. 당신이 나를 몇 번이고 찧은 것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칼로 찔러, 당신의 비명소리에 고막이 버들버들 떨고, 당신의 몸에서 튄 피로 온몸을 적시고.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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