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02년 사회통계조사결과(가족·복지·노동부문)’에 따르면 경제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노후보장, 직업선택, 여성 성차별 등 사회구조도 점점 더 서구화돼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약 3만 가구, 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1998년 이후 4년만의 새로운 조사다.
▽자식과 사는 부모 절반 이하〓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가구는 전체의 42.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98년에는 이 비중이 54.6%였다.
‘노부모 부양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98년에는 ‘가족’이라는 응답이 89.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70.7%로 낮아졌다. 가족 가운데 ‘자식 중 능력 있는 사람’이 모셔야 한다는 대답도 45.5%에서 21.2%로 크게 줄었다.
대신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답은 8.1%에서 9.6%로 높아졌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18.2%나 됐다.
노인들도 노후생활을 자식들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는 추세다. 60세 이상 노인 가운데 ‘앞으로 자녀와 같이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같이 살고 싶다’가 53.0%, ‘같이 살고 싶지 않다’가 45.8%, 기타 1.2%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건강문제(27.4%), 외로움·소외감(16.9%)보다는 경제 문제가 36.8%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가구주는 4년 전보다 11.2% 늘어 64.5%가 됐으며 노후 준비 방법은 공적연금(28.4%), 사적연금(15.9%), 예금·적금(13.6%) 순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줄었으나 여전히 많아〓10명 중 7명은 사회생활에 성차별이 있다고 답했으나 4년 전과 비교할 때는 77.1%에서 69.7%로 줄었다. 직장생활에서의 성차별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74.1%에서 67.3%로 크게 줄었다.
가사(家事)분담에 대해서는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도 분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58.7%로 가장 많았고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도 30.7%였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73.5%에서 69.1%로 줄어들었다.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이 23.8%에서 27.2%로 늘었다. 이혼과 재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각각 60.3%에서 58.4%로, 19.2%에서 16.7%로 줄었다.
▽직업 선택 기준은 ‘안정성’이 우선〓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안정성(34.4%), 수입(21.5%), 적성(16.4%), 발전·장래성(16.1%)의 순서였다. 98년에도 ‘안정성’이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으나 41.5%로 훨씬 높았다.
여성 취업에 대해서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가 86.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언제까지 일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응답에 ‘가정 일에 관계없이’라는 응답 비중이 98년에는 26.8%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5.4%였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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