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령은 볼 안쪽을 깨문 채 뒤돌아 막 두 살이 된 딸의 얼굴을 보았다.
“혼자 깨나서 아장아장 걸어왔나,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엄마는 하나도 몰랐다. 방금 전에 잠들었는데 벌써 깼나? 낮잠을 그래 쪼매만 자면 맘마 먹을 때 꾸벅꾸벅 졸면 어쩔라고. 엄마가 업어줄 테니까, 코 더 하자.”
“코, 싫어!” 소진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래, 그라믄 엄마하고 약속이다. 맘마 잘 묵는다고.”
“얌얌.”
“그래, 얌얌, 꿀꺽.”
“퉤 퉤”
“퉤 퉤하면 엄마가 맴매하고 화낼 거다. 먹재?”
“음.”
“그래, 착하다.” 미령은 딸의 천진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살며시 이마에 이마를 갖다댔다.
“오늘은 설날이다. 설날은 소진이 좋아하는 거 얼매든지 먹을 수 있다. 떡국도 있고, 부침개도 있고, 소진이는 수정과하고 식혜하고 어느 쪽이 더 좋나?”
“쭈, 쭈.” 소진은 입술로 쪽쪽 소리를 내면서 집게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찔렀다.
“지금, 마시고 싶나?”
“지금! 지금!” 소진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구, 지금이란 말, 처음으로 한 거 아이가?”
“지금! 지금!”
“우리 소진이 얼매나 영리한지 모르겠다. 날마다 새로운 말을 배우고. 앞으로 한 1년만 지나면 못하는 말이 없겠재. 엄마는 너하고 얘기하는 게 낙이다.”
“지금, 쭈!”
“지금은, 주방장 아저씨도 낮잠 잘 시간이다, 우짤까? 엄마하고 업빠하고 부엌에 갈까?”
“부엌!”
“그래, 엄마 등에 업혀라. 계단이 위험타.”
“위허매.”
“그래, 위험타.”
“그래, 위험하다. 굴러서 목뼈라도 부러지면 죽는다.”
글 유미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