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에 인성교육 '쉼터'…사제 수녀 상주

  • 입력 2003년 2월 24일 20시 02분


가톨릭대(총장 오창선 신부)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희사한 5억원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고시생의 인성교육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 화제다.

28일 개관하는 70평 규모의 고시생 쉼터 ‘지혜 샘’에는 강당, 명상의 방, 상담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사제 1명과 수녀 1명 등이 상주해 고시생들과 상담을 한다.

오 총장은 “최근 사법연수원생들이 변호사 윤리시험에서 ‘집단 커닝’을 하는 등 예비 법조인들의 윤리의식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고시생들의 인성교육과 상담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근자 외에도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소속 신부와 법학교수, 원로 법조인들이 자원봉사로 상담과 강연회 등을 할 예정이다. 거액을 기증한 변호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고시촌에서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자녀 2명을 방문했을 때 좁은 방에서 생활하며 옆 사람과 전혀 교류가 없는 삭막한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 같은 뜻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오 총장은 “이곳의 한 고시원장은 고시원생들에게 ‘철저히 외워라, 그리고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며 “법조인이 된 젊은이들이 나중에 ‘더불어 살기’를 할 수 있도록 건전한 인성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