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여성학자인 신시아 인로 미국 클라크대 여성학과 교수(65·사진)가 23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인로 교수는 24일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하는 등 한국 여성계와 교류를 텄고, 특강에 앞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정치학을 전공한 인로 교수는 1972년 클라크대 여성학과를 창설, 군사주의와 정치에서 여성이 어떻게 대우받는가를 연구해 왔다. 이른바 ‘페미니스트 국제정치학’ 분야를 개척한 인물. 인로 교수는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인 권인숙씨(39·사우스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의 지도 교수였다.
인로 교수는 현재 이라크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제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대통령직이 단지 군 통수권자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상당수가 대통령의 권한을 군사력 중심, 즉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해왔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여성학자들이 풀어야 할 일입니다.”
인로 교수는 “부시가 선거 당시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무리 없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정치 문화에 대통령의 권한이 남성적(호전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성학자들은 이런 뿌리깊은 정치적 인식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인로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 문제 등 한국의 정치 사안에 관해서도 정치현안이 여성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먼저 자문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한국 여성학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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