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내 아이는 절대 그럴리 없다구요?

  • 입력 2003년 2월 25일 17시 00분


각종 학용품과 예쁜 팬시류며 전과까지 구비해 놓은 학교 앞 문구점은 그 역할이 단순한 문구점 이상이다.

대부분 주인이 아줌마다 보니 몇 마디만 트면 쉽게 친해져서 학교에 대한 자잘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아이가 준비물 살 돈을 안 갖고 간 날은 상당히 비싼 준비물이라도 외상으로 가져갈 수 있게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문구점이란 게 또 아이들에게는 사는 재미, 구경하는 재미, 먹는 재미에다 전자오락기까지 갖춘 ‘종합오락실’이다.

며칠 전 단골 문구점에 들렀더니 주인 아줌마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날 초등학교 4학년쯤 되는 한 아이가 물건을 숨겨 나가는 것을 보고 붙들었더니 “왜 나만 갖고 그래요”라며 대들더라는 것이다. 기가 막혀 그 아이네 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엄마는 한술 더 뜨더라는 것이다.

“나도 애들 키우니까 그 아이 엄마가 기분 상하지 않게 말을 꺼냈죠. ‘그냥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을 꺼냈는데, 글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애는 절대 그런 애 아니라면서 되려 내게 거짓말하지 말라지 뭐예요.”

사실 나라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면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사실을 부인하는 아이의 말을 믿어야 할지, 다른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게다. 세상사람이 다 손가락질해도 마지막까지 아이를 지켜주어야 할 것은 엄마니까.

초등학생이면 아직 어린데, 배 아파 낳고 물리고 빨리고 키워서 의젓하게 학교에 다니는 지금 이 모습, 내가 모르는 구석이 어디 있을까 싶은데 그런 낯선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는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으로부터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괴롭히거나 수업 분위기를 해치거나 해서 아이 엄마에게 주의를 요청하면 아이 엄마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화를 내는 경우도 봤어요. 내가 그 아이를 미워해서 그런 거라고 오해하더군요.”

내가 아니라고 우겨서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고 도리질하는 동안 아이가 나 몰래 나쁜 버릇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면 그거야말로 더 큰 손실이 아닌가. 때로는 직면하기 싫은 사실에 직면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내 아이를 변호하고 싶은 그 심정, 어느 엄만들 없을까. 며칠 전 큰아이가 다닌 지 얼마 안된 학원에서 수학시험을 보던 중 커닝 의심을 받아 무척 자존심이 상해 돌아왔다. 아이가 너무 억울해 하기에 한참 고민하다 전화기를 들었다. “우리 아이, 그런 아이 아닙니다.” 아, 나도 다른 엄마들과 똑같구나 하는 자괴감! 그렇지만 앞으로 아이의 생활에 더욱 세세하게 신경을 쓰게 될 거다.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그늘이 있다면 그 그늘을 지우는 것은 엄마의 몫이니까.

박경아(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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