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통신]X염색체에 '학대행위 방어유전자' 있다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05분


최근 아이들을 학대한 의붓어머니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똑같이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라도 유전자에 따라 성장 후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는 유전자 때문인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아이들은 학대를 받아도 이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 있는 3∼26세 남녀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대상자들의 청소년기의 비행, 폭력 범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격성을 측정했으며 친구나 친척들에게 실험 대상자가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대상자들 중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거나, 신체적 정신적 혹은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남자아이라 할지라도 높은 수치의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를 생산하는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는 아이들은 심각한 행동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모노아민 산화효소(AMO-A)는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 물질 대사에 관여하는데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효소가 결핍된 사람이나 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학대받은 소년들 중에서 이 이 효소가 적은 아이들의 85%가 행동에 문제를 보였다.

그렇지만 이 유전자 변이는 소녀와 여성들에게는 반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데, 이는 MAO-A 유전자가 X염색체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남성은 X염색체가 1개이기 때문에 X염색체의 유전자가 학대행위에 방어할 정도의 산화 효소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대안이 없지만 여성은 X염색체가 2개이기 때문에 하나의 X염색체가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다른 X염색체가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X염색체에만 보호유전자가 있어도 학대에 대항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료=하버드 정신의학 통신, 제공=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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