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한 장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열반경에 등장하는 공덕천(功德天)과 흑암천(黑暗天)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공덕천’은 언니이고 ‘흑암천’은 동생이다. 그런데 언니는 세상이 부러워하는 절세 미인이고 동생은 만인이 꺼려하는 못난이 얼굴이다.
이 두 자매가 좀 특이한 것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늘 동행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부잣집에서 언니를 초청했는데 문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집 주인이 동생은 초청하지 않았다면서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니는 혼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면서 동생의 손을 놓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이와 똑같다는 비유다. 언니는 행복을 뜻하고 동생은 불행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바랄 뿐 그 누구도 불행이 다가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늘 불행의 그림자는 피하고 멀리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공덕천’과 ‘흑암천’의 자매처럼 우리네 인생에서도 행복과 불행은 같이 다가오는 것을 어찌하랴.
우리가 살아가는 상황이 언니를 초청한 집주인과 무엇이 다를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행복만이 집안 가득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행복은 늘 불행을 동반하고 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물질만능’의 헛된 꿈에서 깨어날 수 있다.
1등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했을 때, 만 가지의 행복이 금고처럼 든든하게 보장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분명 이 사람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을 어떻게 쓸까, 어떻게 관리할까, 무슨 일을 할까하는 생각으로 불면의 밤을 새울 것이다. 이쯤 되면 돈을 지키는 일이 과제가 되어 스스로 속박하고 구속해버리는 꼴이 된다.
한마디로 행복의 조건인 돈 때문에 충분히 불행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가지를 소유하면 열 가지의 근심이 생기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돈은 행복이지만 그 돈 때문에 생기는 그늘은 불행이다. 물질이 행복의 전부가 되면 인생이 얼마나 쓸모 없고 빈약하겠는가.
정말 인생을 역전하고 싶으면 복권에 대한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인생 대역전’의 행복은, ‘인생 대몰락’의 불행을 동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다운 ‘인생 대역전’은 잘못된 삶의 가치관이나 존재 방식을 확 바꾸는 일이 아닐까.
현진스님/ 해인사 포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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