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쉬 했어!”
웬일, 앉은 자리에 바지가 흥건했다. 오줌 가린 지가 언젠데.
요새 우리 고슴도치 엄마들이 흔히 감동 먹는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조금만 자라면 앙증맞은 손으로 마우스를 잡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클릭 하다가도 자기가 찾고 싶은 것을 잘도 찾아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인천에 사는 내 친구도 네 살짜리 딸이 컴퓨터 잘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른다.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컴퓨터다. 꼭 해야 하지만 해악도 많다. 남자아이들은 게임, 여자아이들은 채팅에 쉽게 빠져들어 컴퓨터를 ‘조금’만 하게 하려는 엄마, ‘조금’만 더하려는 아이 사이에 술래잡기가 벌어진다. 대개 엄마 쪽이 컴퓨터에 약하다 보니 아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영화제목처럼 ‘Catch me if you can(잡을 수 있으면 잡아 봐)’이다. 컴퓨터를 아이 방에 놓지 말라는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충고는 아이와 컴퓨터전쟁에 들어가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집 밖에도 컴퓨터는 널렸으니까. 인터넷 히스토리 검색, 그것도 고학년쯤 되면 소용없다. 지워버리는 데야 컴퓨터 전문가도 아닌 엄마가 무슨 수로 당하나.
아이들이 엄마의 눈을 피해 가는 가장 흔한 방법은 친구 집을 찾는 거다. 엄마가 맞벌이거나 자주 외출하는 집이 아지트로 찍힌다. 친구 집에 자주 가는 것이 수상해 엄마가 눈치라도 챌라치면 PC방으로 간다. 용돈을 안 준다? 그래도 다 방법이 있다.
올해 중학교 가는 우리 큰아이의 비법은 동전 모으기였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10원, 100원짜리 동전을 열심히 모으면 30분 요금이 500∼600원 정도인 PC방 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돈이 없을 때는 돈 있는 친구와 함께 PC방에 간다. 구경하는 것도 재미고 가끔은 끼워 주니까.
‘동전 모으기였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한 것은 우리 집 컴퓨터전쟁이 나의 승리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으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켰다. 첫째, 컴퓨터는 오락기가 아니다. 숙제도 하고 자료도 찾고 사진도 뽑는 다기능 매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둘째, 엄마도 한다. 적극적으로 ‘컴세상’에 뛰어들어 엄마를 감히 물로 보지 않게 만들었다. 셋째, 자격증을 따게 한다. 컴퓨터를 못하게 할 수는 없고, 할 일을 확실히 만들어주니 심심풀이용 컴퓨터 시간이 줄었다.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컴퓨터전쟁이 계속된다. 아이들의 자제력은 채 여물지 않았는데 클릭 한 번이면 인터넷에 무한한 유혹의 바다가 펼쳐지니까. Catch you if I can!!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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