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도대체 우리를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동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최 교수는 당시 동물원이 있던 창경원에서 인간과 너무도 비슷하게 생긴 침팬지들을 바라보며 숱한 시간을 보냈다.
“침팬지가 저를 바라보는 눈을 보면서 그들이 뭔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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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대 생물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물행동학을 전공했지만 영장류 연구는 일단 뒤로 미뤄야 했다. 현실적으로 영장류 연구는 너무 어려운 점이 많아서 이 분야 연구자로 인정받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성 곤충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분야로 택했지만 언젠가 학계에서 자리를 잡으면 본격적으로 영장류 연구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영장류 연구는 자연과학분야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 돼 가고 있었다. 선진국들이 DNA연구의 다음 단계로 평가하면서 한창 관심을 기울이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인지과학, 신경과학, 뇌과학 분야 연구에서 영장류 연구는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인간을 상대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 분야의 연구가 영장류 연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영장류 연구소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선진국의 연구수준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최 교수의 꿈이 실현 가능성을 보이며 서서히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제인 구달 박사가 처음 내한했을 때였다. 구달 박사는 1960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야생 침팬지들과 생활을 같이하며 그들의 행태를 연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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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구달 박사는 한국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사육’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을 보고 너무도 안타까워하면서 저에게 그들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영장류들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면 전 세계에서 영장류들을 모아다가 주겠으니 한국의 동물원에 있는 그 영장류들도 새로운 좋은 환경에 데려다 살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번 창립식에 구달 박사가 참석하는 것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5월10∼14일 내한하는 그는 한국인들에게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기 위해 대중강연과 방송출연 등 바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대 총학생회(회장 박경렬)도 그의 강연을 ‘대동제’ 행사로 지원하기로 했다.
최 교수는 영장류 연구에 앞서 있는 일본의 영장류연구소들을 돌아보며 연구소 설립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웠고 일본 학자들도 영장류 동물들의 제공과 기술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영장류 연구소는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를 생태계 학습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최 교수는 강조한다. 최 교수는 일반인들이 동물들을 직접 관찰하도록 해 이를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며 일반인들에게 자연을 알리는 데 힘써온 최 교수가 이제는 자연 연구에 일반인들을 직접 참여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김형찬기자 ·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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