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에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난 듯한 그의 작품을 보면 “욕망에서 벗어난 착한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것이 궁극 목표”라는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간결하게 정제된 선들은 어떤 계산이나 분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연과 순간속에서 스스로의 움직임을 허락한 덕택으로 보인다. “예술가의 일은 마음이 하는 일이므로 내면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절제의 미덕이 중요하다고 본다. 생활 속에서 욕망과 잡념을 버려야 한다. 수도자의 수행정진과 같다. 칸트의 표현처럼 무용성, 무목적성이 지니는 미학의 견해가 가장 이상적이라 본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작품이나 전시의 제목을 ‘적막’으로 붙였다. 적막은 역설적이다. 적막의 순간은 일견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지만, 동시에 작은 움직임으로도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잔잔한 수면과도 같다. 그의 캔버스에는 보일 듯 말 듯 일렁임으로 은유되는 적막의 순간이 내포해 있으며 그의 터치는 고요한 수면을 일깨우는 자유로운 물고기의 움직임에 비유된다. 동양적 정신성을 담은 한국 작가들 작품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국제 미술계의 동향에 발 맞춰 오씨의 작품도 외국에서 인기다. 그동안 1996년 프랑스 파리의 메그화랑 초대전을 비롯해 일본 도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어 온 그는 오는 9월에는 파리의 가나보부르화랑과 일본 나고야의 아키라 이케다 화랑에서도 동시에 개인전을 갖는다.
7일∼27일 서울 신사동 표갤러리에서 그의 초대전이 열린다.02-543-7337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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