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메이크업]색조전문 브랜드 '스틸라' 로벨사장

  • 입력 2003년 3월 6일 17시 39분


스틸라의 제닌 로벨 사장이 일본인 모델에게 신제품 메이크업 및 향수 라인 ‘제이드 블로섬’이 제안한 초록빛 화장을 해주고 있다.사진=야마구치 다카시
스틸라의 제닌 로벨 사장이 일본인 모델에게 신제품 메이크업 및 향수 라인 ‘제이드 블로섬’이 제안한 초록빛 화장을 해주고 있다.사진=야마구치 다카시
색조 전문 화장품 브랜드 ‘스틸라’가 올해로 열 살이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유명 스타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제닌 로벨 사장(37)이 의상실을 경영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1994년 메이크업 라인을 만든 것이 이 브랜드의 시초. 2000년 화장품그룹 에스티로더에 인수되면서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3월 수입돼 신규 브랜드 성패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수차례 화장품 입점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스틸라’의 최고경영자(CEO)이며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로벨 사장을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새로운 향수 라인 ‘부케 뒤 주르(bouquet du jour)’의 아시아 지역 런칭 행사장에서 만났다.

로벨 사장과 악수를 나누는 여성들은 누구나 영화 ‘반지의 제왕’의 주연 엘리야 우드(프로도 배긴스 역)처럼 크고 둥근 눈동자를 가진 그의 눈빛의 표적이 된다. 그리고 초조하게 반성한다.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지? 내가 눈썹을 잘못 그렸나?’

스틸라는 스타급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각 제품 이미지에 맞는 일러스트를 만들어 제품을 광고해 왔다.

그는 자신의 이런 버릇에 대해 “본능적으로 이 얼굴에는 어떤 화장이 어울릴지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친구들도 ‘제발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 한다”면서 웃었다.

‘스틸라(stila)’는 이탈리아어로 ‘쓰다(to write)’라는 뜻의 ‘stilare’에서 비롯됐다. 서명(書名)이 사람마다 다르듯 화장도 시즌별 트렌드에 매달리지 말고 개개인의 성격, 취향 등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철학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제품 광고를 위해 스타급 모델을 쓰지 않고 다양한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이유도 일반 여성들이 ‘오르지 못할 경지’의 아름다움을 가진 한 명의 모델로 브랜드 이미지를 고정하기보다 수천 가지의 다양한 일러스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라는 뜻.

그는 ‘사장님’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6월경 개봉하는 ‘미녀삼총사 2’에서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일했습니다. 디아즈와는 ‘미녀삼총사1’에서도 호흡을 맞췄죠. 히트 상품인 ‘립 글레이즈’는 원래 디아즈를 위해 만들어졌어요. 섹시하고 적당히 그을린 몸매, 디아즈의 아름답고 강한 이미지의 눈동자에 어울리도록 반짝이는 제품이 필요했죠. ‘미녀삼총사 2’에서도 디아즈의 눈매를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 한쪽 끝에는 아이라이너가, 또 다른 끝에는 마스카라가 달린 그린색, 파란색 컬러 제품을 개발했죠. ‘금발이 너무해2’를 촬영한 리즈 위더스푼의 화장도 맡았습니다.”

로벨사장은 이밖에도 나탈리 포트만, 케이트 윈슬렛, 귀네스 펠트로, 니콜 키드만, 샌드라 블록의 영화 잡지 촬영이나 시상식 메이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년 간 뉴욕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리처드 타일러, 니콜 밀러, 비비안 탱 등의 디자이너 패션쇼 메이크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메이크업을 맡았을 때를 꼽았다.

“그가 퍼스트 레이디였을 때 패션잡지 ‘보그’의 커버 모델로 등장한 적이 있죠. 그의 메이크업을 요청 받아 백악관에 갔습니다. 엄청난 스타들과 작업하는 일은 시시하게 생각하던 ‘의식있는’ 저의 어머니가 ‘어머, 정말 네가 그 분을 만났구나’하고 좋아하던 모습을 보고 매우 뿌듯했죠.”

스틸라의 새로운 향수 라인 ‘부케 뒤 주르’는 실제 꽃잎을 향수병과 아이섀도 케이스, 샤워 로션병에 붙인 독특한 포장법으로 먼저 출시된 미국 유럽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장에 신경을 쓰는 이유에 대해 로벨 사장은 “향수를 뿌리고 화장을 하는 모든 과정이 여성들만이 공유하는 의식(feminine ritual)과 같은 것이라면 이 의식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벨 사장은 아홉 달에서 아홉 살까지 3녀 1남의 적지 않은 자녀를 둔 것으로도 종종 화제가 된다. 남편은 미국 NBC TV의 의학드라마 ‘ER’에서 닥터 그린 역을 맡았던 배우 앤서니 에드워드. ‘일하는 엄마’로서 육아가 부담스럽지 않은지 물었다.

“아이들은 내가 즐겁게 일하는 데 가장 큰 추진력이자 아이디어의 원천이 됩니다.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 에너지’가 돼 많은 사람들을 상냥하게 대할 수 있는 힘이 되죠.”

로벨 사장은 원래 향수 런칭 행사를 한국에서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테러 위험, 북한 핵 문제 등으로 위험을 느껴 방한할 수 없다’며 일주일 전에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다시 묻자 “9·11…” 한 단어만 먼저 내뱉고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보였다. 기억하기 싫은 경험이 많은듯 했다.

“이번 일본 여행이 지난 9·11 사태 이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것이에요. 이 출장만큼은 꼭 가야한다는 임원진의 권유에 따라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테러에 대한 공포는 평생 치유되지 않을 것 같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처럼 뉴욕의 무거운 분위기를 제품에 반영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틸라는 항상 재미있고 즐거운 브랜드여야 하니까요.”

로벨 사장은 앞으로 스킨 케어 라인과 클렌징 라인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한국행 러시▼

‘스틸라’를 비롯해 최근 몇 년새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직접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시장에도 이 브랜드들은 속속 진출하고 있다.

작년 3월 ‘스틸라’ 입성에 이어 9월에는 천연 아로마향을 넣은 색조 화장품 ‘토니앤티나’가 한국암웨이를 통해 수입됐다. ‘토니앤티나’는 런던 출신의 토니 길, 뉴욕 출신의 크리스티나 본스타인 부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97년 미국 뉴욕에서 창시한 브랜드. 지난해 말 수입된 ‘로라 메르시에’는 96년 프랑스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라 메르시에가 만든 미국 브랜드로 대형 유통회사 니먼 마커스의 투자를 받았다.

호주 메이크업 아티스트 나탈리 블룸이 불과 스물세살때인 93년 창립한 ‘블룸’은 2001년 11월 국내에 입성했다. 91년 미국에서 출시돼 96년 한국에 수입된 ‘바비 브라운’도 전형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일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가 만든 브랜드 ‘슈에무라’는 36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1997년 런칭한 일본 브랜드 ‘RMK’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미코가 일본의 화장품 회사 가네보를 통해 출시한 색조 브랜드로 올 하반기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국내에 수입되지는 않았지만 프랑소아 나르스의 ‘나르스’, 오랫동안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개인 메이크업을 담당해 온 ‘트리시 맥보이’와 ‘린다 칸텔로’, ‘프레드릭 펙케이’, ‘스테만 마레이’ 등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들이 현대 여성들의 ‘입맛’에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내한한 ‘바비브라운’의 글로벌 메이크업아티스트 세바스찬 타리프는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전문적인 메이크업법을 교육하는 등 기존의 화장품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날로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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