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동양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초대전은 그런 점에서 제 작품을 평가해준 것 같습니다.”
7일 일본 도쿄 긴자의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개인초대전을 연 서세옥(徐世鈺·74) 화백의 소감이다. ‘사람들’을 주제로 한 이 작품전은 26일까지 이어진다.
붓에 먹을 묻혀 한지 위에 사람의 형상을 묘사한 그의 작품은 현대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양화의 전통을 지니고 있어 한일 양국민이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도쿄현대미술관 주임 큐레이터를 지낸 미술평론가 지바 시게오(川葉成夫)는 그의 작품에 대해 “굳이 말하자면 현대 회화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동양화”라면서 “이는 곧 그의 작품이 갖는 특이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자의 사람 ‘人’ 글자를 닮은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이 주는 자유, 그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
일본의 미술평론지 ‘갤러리’ 3월호는 서 화백의 일본전시회에 맞춰 게재한 한국 자택 방문기에서 “세계 73개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모습을 경험한 그는 국제인이지 결코 편협한 동양주의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동양적인 것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의 작품을 높이 평했다.
일본에서 개인전을 갖는 것은 79년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전시작이 모두 팔려 주최한 화랑도 좋아했는데 요즘은 일본 경기가 안 좋아서 전에 그 화랑도 문 닫고, 괜찮은 미술평론지도 없어지고….”
‘그래도 좋았던 시절’을 보낸 서 화백은 근래 미술계 불황으로 젊은 작가들이 의욕을 잃지 않을까 우려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