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를 용서 안 하는데?” 종실은 빨랫감을 치대면서 물었다.
“아이고, 시어머니한테 의논 한 마디 안 하고 의사 불러서 주사 맞혔다 아이가. 상식이재, 단독은 주사 맞으면 안 된다는 거.”
“고부지간에 얼매나 사이가 좋은데. 산달이 돼서는 희향이가 시장에서 잉어까지 사다가 고아 먹이더라.”
“어데, 사이 안 좋다는 게 맞는 말인갑든대. 가게에서 먹고 자고, 밥도 같이 안 먹으니께네.”
“나 같으면 죽을 때까지 용서 안 한다” 진송은 거칠게 미나리를 잡아 뽑았다.
“눈앞에서 쓰러졌으니까, 당황해서 의사 부른 거 아니겠나? 나라도 그카겠다.” 종실은 두 손을 물에 담근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쌍한 건 딸이다. 소원이의 시신이 떠오른 날에 태어나서, 백일은 또 이씨 아저씨가 죽은 열여드레 뒤에 맞았재, 태어났을 때나 백일 때나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았다, 아이고 가엾어라!”
“오늘은 다들 기뻐하겠네, 그래도 장남이니까네.”
“희향이도 소원이가 죽은 후에는 정신이 나갔는가 좀 이상터니, 이씨 아저씨가 죽은 다음에는 빠릿빠릿해졌다 아이가.”
“그 부부는 영 사이가 안 좋았으니까네.”
“온 동네에 유명했재. 삼나무 집 여자한테 매일 드나들고, 딸까지 낳게 했으니….”
“시집 갔다고 하는 것 같던데.”
“서른 네 살에 간신히 머리를 올린 기라.”
“기생처럼, 비취 비녀에 은 노리개에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끼고, 치장이 말도 아니라 카더라.”
“친척한테 맡긴 동아관(東亞館)에도 빤지르르한 기생만 모아놨다고 카더라.”
“아이고 파리보다 기생이 더 많은 진주(晋州)만큼은 못하겠지만도, 밀양 하면 옛날부터 기생으로 유명하다 아이가. 계향이란 이름으로 자자한 배정자(裵貞子)도 한때 밀양에서 살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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