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세계는 다분히 구도(求道)적이다.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이끌려 사찰과 교회를 부지런히 다녔다는 그는 부처와 예수에 대한 경외감이 예술세계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그에게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은 충격적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건이 나던 날, 브루클린 아파트 옥상에서 비극의 현장을 망원경으로 보았는데 두 손을 붙잡고 낙엽처럼 떨어지던 한 쌍의 남녀 모습이 사진처럼 박혔다고 했다.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제목 ‘신은 죽었는가’는 당시 그가 내뱉었던 독백이다. 이번 전시 작품 중 일부는 당시 충격을 상징적으로 담은 것들이지만 비극을 담지는 않았다. 사건 자체를 재현하기보다 화려한 소비사회의 실상과 허상을 표현하려 했다. 수영하는 남자가 아홉 개의 무거운 열쇠 고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물 속에서 가라앉는 작품에선 현대 자본주의에 함몰된 현대인과 ‘익명의 뉴요커’의 얼굴이 담겨있다.02-549-7574∼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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