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동물행태학을 전공하는 학자에겐 재미있는 연구과제다. 인간의 행동학에서 보면 가벼운 입맞춤은 존경과 친밀감의 표시로, 적극적인 구강 내 타액 교환은 뜨거운 애정의 표현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사람의 입술은 동물과 달리 구강 점막이 뒤집힌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람과 유전자가 가장 가까운 침팬지도 입술은 그저 모양만 있어 매우 얇다. 사람의 입술은 마치 여성의 성기처럼 도톰하게 솟아올라 성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감각수용기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어 섹스 기관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입술을 제2의 성기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거쳐 이런 모양으로 진화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인류, 특히 여성의 조상들은 이 입술을 잘 활용해 남성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도구로 활용해 왔다. 붉은 립스틱의 역사는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이도 부족해 요즘에는 입술에 이물질을 집어넣어 더욱 도톰하고, 섹시하게 보이려는 성형수술까지 한다. 입술이 소화기관의 첫 번째 창구로 구강을 보호하는 기능보다는 섹스의 도구로서 더 ‘유용’하게 쓰여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입술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입술이 사랑을 나누는 첫 번째 단계-물론 손을 잡는 행위가 있지만 이는 애정 없이도 가능하다-행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심장연맹은 ‘사랑을 주고받는 행위가 심장 건강에 좋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1만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 아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표현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예’라고 응답한 사람의 협심증 발병률이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정을 나누는 행위가 어디 심장에만 도움을 줄까. 사랑은 면역력을 높여 웬만한 병은 거뜬히 이겨내게 하고,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고통을 감내하는 힘을 키워준다. 통계에 따르면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년 내 암과 같은 중대 질환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다. 특히 이들의 면역능력을 조사해보면 질병을 물리치는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의 활동이 줄어들고, 림프구의 증식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섹스가 노화방지에 가장 좋은 묘약이라는 사실이다.
영국 왕립 에든버러병원은 어느 잡지에 ‘당신은 실제보다 더 젊게 느끼고, 또 그렇게 보이느냐’라는 광고를 내고 이에 응답한 350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결론은 평균보다 10년 이상 젊어 보이는 사람들은 1주일에 최소 3·4차례 성관계를 갖는 등 성 활동이 일반인에 비해 두 배 많았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노랫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요즘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한다고 한다. 가족도, 친구도 싫어 혼자 식사하고, TV나 인터넷에 빠져 원룸오피스텔과 같은 고립된 공간에서 몇 년이고 혼자 지낸다.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탈락되었거나, 부모의 과보호에 의한 사회적응 실패, 가족의 해체 등이 원인일 것이다.
한편으론 일중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일중독자들은 40대 이후 중견 간부급에 국한됐었다. 하지만 요즘 일중독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려는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성보다 일이 좋다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혹여 독자들 중 이런 분들이 계시다면 고독이 흡연보다 나쁘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결혼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독신자가 기혼자보다 일찍 죽을 확률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간관계의 고립과 단절만큼 건강을 해치는 행위는 없다.
내일은 달콤하면서도 약간은 ‘동물적’인 프렌치 키스가 기다려지는 주말이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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