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베토벤 오보에 협주곡 210년만에 '햇살'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7분


210년동안 잊혀졌던 베토벤의 미발표 오보에 협주곡이 햇살 아래로 나왔다.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체임버 오케스트라(지휘 콘라드 반 알펜)와 러시아의 오보이스트 알렉세이 오그린트추크는 로테르담에서 베토벤의 ‘오보에 협주곡’을 세계 최초로 협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베토벤은 작곡가로 공식 데뷔하기 이전인 22세(1792년) 때 이 작품을 작곡했다. 하이든에게 작곡법을 배우던 ‘수업과정’의 하나로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 연주된 기록은 남아있으나 19세기 중반 악보는 분실되고 작품은 잊혀졌다.

1930년대 음악학자들이 하이든과 베토벤의 후원자 사이에 오간 편지를 조사하면서 이 작품의 존재가 알려졌고, 1960년대에는 런던의 ‘대영도서관’에서 단순한 선율과 주제를 담은 자필 스케치도 발견됐다. 네덜란드 라디오 소속의 음악학자인 조스 반 데어 잔덴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조각만 남은’ 이 작품의 스케치를 베토벤 스타일로 복원하는 데 성공, 마침내 연주회를 갖게 됐다.

음악사에서 잊혀진 작품이 재발견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도 작곡가가 죽은 지 37년 만인 1865년에 발견돼 화제를 불러 일으킨 작품. 모차르트의 오페라 ‘현자의 돌’은 1996년 발견돼 1998년 초연됐고, 이듬해 음반으로 나왔다.

작곡가의 스케치와 단편만으로 작품을 재구성하는 일도 처음은 아니다. 구스타프 말러가 1악장만 완성하고 스케치 상태로 남겨두었던 교향곡 10번은 반세기가 지나 영국의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연주회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완성시켰다.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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