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홍보 업무 운영 방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답답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문화부의 ‘홍보업무 운영 방안’을 취재 자유와 알 권리의 제한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건의 내용이 강력한 ‘규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문건에 이렇게 써 있다.
‘문화부 직원이 언론사의 취재에 응할 때, 인용의 경우는 관계자의 실명을 밝히고 이를 보도에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해 익명 보도를 지양하도록 함. 다만 내부고발의 경우는 예외로 함.’
‘취재 응대의 통보’ 문제도 이렇다.
‘문화부 직원이 언론사의 취재에 응한 경우에는 취재기자 및 취재 내용을 공보관이 정한 양식에 따라 즉시 공보관에게 통보하도록 함. 다만 내부고발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함.’
이들 규정은 문맥상 거의 모든 일상적인 취재 내용을 포함하는 것처럼 돼 있다.
물론 이 장관은 ‘홍보업무 운영방안’ 발표 당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몇 가지 해명을 했다. 그는 당시 ‘전화통화까지 모두 통보해야 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순한 사실확인까지야…(그럴 필요 있겠는가)’로 한발 물러났고, 다시 ‘공무원이 취재에 응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단지 오보가 나갈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미리 공보관에게 통보해달라는 것’으로 물러났다. 취재 실명 요구의 범위에 대해서도 ‘결국 기자와 공무원의 상식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 장관은 “언론관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말했으나 노 대통령은 17일 “공무원이 직무를 보호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책임을 다하는 것은 스스로 판단해서 할 일이고 지침 같은 것을 내리는 것은 개입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지적받은 것은 없다”며 “언론에서 전해지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취재 응대 통보 등이 지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내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 장관의 계속되는 해명보다 문건의 내용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상 상식적인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을 왜 굳이 ‘취재실명제’와 ‘취재 응대 통보제’ 등의 이름으로 거론해 논란을 일으키는지, 관료들에게 이런 사실을 주지시키는 그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에 의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규정대로라면 문화부 직원이 기사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는 한 입을 닫을 것은 분명하고 불리한 정보는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므로 언론 취재의 영역은 ‘문화부 홍보’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편 문화부는 이 장관이 밝힌 대로 사무실 취재 제한 등을 시행하고 출입 기자 등록을 받고 있다.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매주 수요일로 예정된 정례브리핑은 4월 이후에나 실시할 계획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경실련 "알 권리 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발표한 ‘문화관광부 홍보업무 방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18일 성명을 내고 “‘홍보 업무 방안’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보장 원칙 아래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에서 “정보공개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에서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 취재 제한이나 취재 통보제 등은 언론 본연의 비판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행정 정보공개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설익은 방안을 제시해 소모적인 언론 탄압의 시빗거리만 만들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브리핑제에 대해서도 “부실한 브리핑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를 낳으므로 브리핑의 수준과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라”고 밝혔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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