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방한에 맞춰 틱 스님의 여러 저서가 출판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독자는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스럽다. 100여권에 달하는 틱 스님의 저서 중 국내에 번역된 30여권은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틱 스님을 조금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볼 만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대부분의 책이 구체적인 수행법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데 비해 이 책은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을 화두로 불교적 존재론을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틱 스님은 적절한 비유와 예화를 들며 특유의 쉽고 조곤조곤한 문체로 이 묵직한 주제를 풀어나간다.
틱 스님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을 삶의 끝으로 여기는 믿음, 죽음과 삶은 다른 것이라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 즉 무(無)가 된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지만 사실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일 태어나고 죽는 모습을 접하는 우리들에게 삶도 죽음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다는 논리는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틱 스님은 이 같은 원리를 파도 촛불 구름 등 수많은 비유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도는 순간순간 태어나고 소멸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물은 파도의 삶과 죽음에서 자유롭다는 것. 파도는 물이고 다만 물의 변화된 모습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과 죽음 역시 하나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곧 물이고 비고 구름이듯이 우리는 나무 돌 꽃 등 모든 존재 안에 우리 존재가 녹아 있고 우리 존재 안에 나무 돌 꽃 등이 녹아 있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느낄 수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틱 스님은 죽음이라는 단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현재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고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를 그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열한 수행을 거듭함으로써, 그가 말하듯 모든 생활 속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을 실천함으로써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인 옮긴이는 1999년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 현각 스님의 구도기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엮었으며 숭산 스님의 법문집인 ‘선의 나침반’을 번역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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