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의 하루…오현스님 '절간이야기' 펴내

  • 입력 2003년 3월 21일 19시 22분


도둑에게 입은 옷까지 홀랑 벗어준 노스님이 알몸으로 마당에 나와 둥근 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아름다운 달까지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시대의 무애(無碍) 선사이자 백담사 낙산사 신흥사의 큰스님으로 설악산의 산주(山主)로 불리는 오현(五鉉) 스님이 최근 ‘절간이야기’(마음고요)를 펴냈다.

‘절간이야기’에는 다양한 형식의 글쓰기가 혼재해 있다.

절간이야기 연작 32편은 절집 생활에서 보고 들었던 이런저런 일과 옛 선사들의 일화를 오현 스님의 능청스럽고 유머스러운 화술로 엮어낸 것.

옛날 들었던 종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새벽 찬바람에도 종 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종두(鐘頭), 생면부지의 시신을 정성스럽게 염습하며 시신과 대화를 나누는 염장이, 산을 깎아 논 두마지기 만들기 위해 품삯으로 열마지기 값을 들인 혜월 스님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산사에 살고 있는 이들의 만만찮은 선행(禪行)과 불심(佛心)을 헤아릴 수 있다.50여편에 가까운 선시(禪詩), 설악산과 절집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어느덧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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