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장투쟁에서 죽거나 부상하는 절대 다수는 어린이들과 그들의 어머니라고 한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어린이라는 것은 굳이 유니세프 보고서를 빌리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 때문인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주말마다 달라진 시위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위’ 하면 젊은 청년들과 최루탄을 연상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엄마들과 어린 아이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직접 그린 그림을 목에 걸거나, “전쟁 반대”라고 쓴 팻말을 엄마와 함께 들고 광화문거리, 종묘 앞을 걷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 또는 나라 안에서의 정부 전복을 꾀하는 혁명을 직접 간접으로 겪은 작가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 글로 엮은 것이다.
옛소련과 아프가니스탄 간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평화롭던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그린 글을 시작으로,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직접 겪은 미국 소년의 일기, 전쟁이 일어나 도시에 빈집이 많아지자 그 어느 때 보다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아 남매의 이야기 등 모두 열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를 조국으로 둔 카트야와 요르기는 부모를 잃은 고아 남매이다. 이들에게는 포탄의 우르릉거림과 기관총 소리가 굶주림의 고통에 비하면 오히려 견딜 만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 앞에 닥친 위험을 추스르기에도 바빴지만, 정작 자신들 역시 굶주려 있기 때문에 이 남매와 따뜻한 음식을 나눌 여유가 없다.
계속되는 폭격에 사람들은 피란을 가고 거리에 남매만 남자, 아이들은 빈 빵집에 들어가서 배를 채우고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잔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버려진 트럭이 침대였고, 음식 부스러기가 식사의 전부였던 이들에게 전쟁은 맛있는 빵과 편안한 잠자리를 주었다. 게다가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는 덤까지 얻었다.
이 아이들에게 전쟁이 끝난다는 것은 모든 희망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아이들에게 전쟁은 희망이고 놀이이다. 이런 이율배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누가 이 아이들에게 철없는 어린애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이라크 전쟁이 진행중이다. 인터넷이란 보이지 않는 통신망은 이라크에 사는 어린이들의 절규를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도 그저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고 인터넷을 보면서 그 나라의 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어린이 책 출판사에서도 이런 일련의 분위기에 맞춰 발빠른 기획으로 책들을 출판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상업적인 고려가 있었겠지만 이러한 기획이 어린이들이 전쟁에 관한 다양한 소식들을 알고,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오 혜 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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