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연예인보다는 행사를 찾아준 관객들이 더 소중한 거죠.”
최씨가 처음 사회를 맡은 것은 대학교 2학년인 1990년. 당시 상계동 어머니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최씨는 공부방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위한 문화제 공연에서 사회를 맡았다. 최씨의 진행은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탔고 199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회자 일을 하게 됐다. 90년대에는 민주노총 창립대회, 전국노동자대회의 사회도 봤다.
그러나 최씨가 가장 재미있어 하고 기꺼이 하려는 것은 여성 행사의 사회다.
“아줌마들이 모이는 행사라면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찾아갑니다. 지역 여성단체에서 50여명이 모이는 행사라도 찾아가요.”
바쁠 때 거의 매일 크고 작은 행사의 사회를 보던 최씨는 두 아이를 낳은 후부터 일을 자제하고 있다. 요즘은 한 달에 10건 정도 사회를 본다고.
“아이러니하죠. 어머니들을 위해 하던 일을 제가 어머니가 되자 하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아이들이 크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요. 신나게 춤도 추고 신나게 횡설수설하면서 아줌마들이 자신감을 얻고 정체성을 발견하는 무대를 만들 수 없을까 합니다. 긍정적인 의미의 ‘묻지마’ 공연이라고나 할까요.”
녹내장 말기로 오른쪽 눈이 거의 안 보인다는 최씨는 ‘여성 부흥사’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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