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伊 반출 청-백자 57점 반세기만에 다시 고국 품으로

  • 입력 2003년 3월 26일 18시 34분


고려청자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초 무늬를 뚜껑에 새긴 ‘청자상감파초엽문국화형합’(왼쪽)과 불가에서 부처님께 정수를 바칠때 쓰던 연한 비색의 ‘청자정병’. 모두 12세기 작품이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초 무늬를 뚜껑에 새긴 ‘청자상감파초엽문국화형합’(왼쪽)과 불가에서 부처님께 정수를 바칠때 쓰던 연한 비색의 ‘청자정병’. 모두 12세기 작품이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1950년대 이탈리아로 반출됐던 고려청자 등 도자기 57점이 국내로 들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 “이탈리아 로마국립동양미술관의 주선으로 최근 이탈리아 개인 소장가로부터 도자기 57점을 구입해 17일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구입한 도자기는 대부분 고려청자(50점)이고 나머지는 조선시대 청화백자 3점, 분청사기 1점, 촛대 1점과 중국 당송대 백자 2점이다. 구입가는 모두 1억6000만원이나 경매로 구입할 경우 이보다 몇 배를 호가할 것으로 문화재 관계자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청자상감모란절지문유병(靑磁象嵌牡丹折枝文油甁)과 청자상감파초엽문국화형합(靑磁象嵌芭蕉葉文菊花形盒)이 눈길을 끄는 유물이다. 12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란절지문유병은 고려청자 특유의 비색(翡色)과 단정한 기형이 돋보인다.

파초엽문국화형합은 고려청자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초무늬가 뚜껑 바깥에 흑백으로 상감됐다. 파초는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풀로 중국이 원산지다.

나비 문양이 있는 청자상감국접문유병(靑磁象嵌菊蝶文油甁), 세련된 흑백상감이 돋보이는 청자음각국화절지문잔탁(靑磁陰刻菊花折枝文盞托), 비색의 청자정병(靑磁淨甁) 등도 이번에 들어왔다.

이 도자기들은 1950년대 한국에서 근무했던 이탈리아 외교관이 수집해 가져간 것. 2년 전에 이 외교관의 손자가 국제 경매에 내놓았으나, 이를 알게 된 로마국립동양미술관이 매입하기로 하고 보관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로마국립동양미술관은 예산 부족으로 유물을 구입하지 못하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매입 의사를 타진해왔다. 로마국립동양미술관은 앞으로 한국실을 개설해 이 도자기를 대여 전시할 계획이다.

중앙박물관 신광섭 유물부장은 “이 유물들을 수집한 이탈리아 외교관이 도자기에 관해 상당한 안목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해외에 흩어질 뻔한 우리 유물을 다시 찾아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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