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서양화가 하인두가 암으로 세상을 뜬 1991년 이후 부인 유민자씨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두 차례 개인전을 열긴 했지만 남편 이전에 스승이었던 한 남자의 부재는 그녀를 바닥으로까지 추락시켰다. 99년 13회 개인전 이후 칩거해 온 유씨가 4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그동안의 고통을 추스르고 여유를 찾은 작가의 완숙함이 돋보이는 전시다. 그가 택한 주된 소재는 자연. 우리가 항상 접하는 산, 나무, 집, 그리고 현실에 없는 극락정토와 같은 이상경을 명료하고 강한 색채로 형상화했다. 30년을 일관되게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색, 구도,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노력은 그가 자기 성찰을 통해 화면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피안’ ‘비천’ 등을 비롯한 13점의 대작과 ‘그리움’ ‘풍요’ 등 소품 10점을 선보인다. 4월2∼15일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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