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부의 혁명'…＂신뢰를 얻는 것이 富를 얻는 것”

폐쇄된 주주 집단의 무한 이익추구만으로 기업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의 혁명’ 저자 제프리 가튼은 경영자들이 공공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말한다.사진제공 참솔

◇부의 혁명/제프리 E 가튼 지음 강남규 옮김/318쪽 1만6000원 참솔

‘부의 혁명’은 기업과 기업인의 확대된 역할을 담은 책으로 현재 예일대의 경영대학원장으로 있는 제프리 가튼의 최신 저작이이다.

우리는 흔히 기업하면 무엇을 생각하는가.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좁게 말하자면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기관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이런 주장에 과감하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상아탑의 일원으로,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으로서 저자가 오랫동안 집중해 왔던 화두는 “진정 차세대 리더가 가져야 할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의 결정적인 사건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것은 9·11테러 사건과 엔론 회계 부정 사건이다. 앞의 사건은 그동안 미국이 ‘안전한 땅’이라고 여겨왔던 미국인에게 안전과 생명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뒤의 사건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반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투명경영, 주주가치 그리고 시장규율이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였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저자는 차세대 리더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은 1980년대, 1990년대와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변화한 세상에 더욱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고, 그런 역할을 비즈니스 교육계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서평자가 주목하는 바는 이런 고민이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역시 투명경영이라는 과제를 두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우리 사회의 고민에도 이 책이 어느 정도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관에 따라서 저자의 확대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주장을 펴는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파워의 중심은 점점 정치와 사회로부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기업과 경영자들이 결코 원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가진 힘은 날로 커지게 될 것이다. 파워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때문에 저자는 주주이익의 극대화란 고전적 자유주의자의 기업 책임론에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조한다.

저자는 차세대 리더들은 공공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 단순 이익집단을 뛰어넘어 전략적인 관점에서 공공정책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해서 좀더 진지하게 노력해 달라는 것, 정부의 외교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할 것,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 정부의 공식적인 외교를 지원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가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비단 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자신의 문제로 돌아오면 신뢰 회복을 비롯해서 기업과 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자 개개인이 기업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뚜렷하게 양분될 수 있는 책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