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국의 조이혼율은 2, 3년을 주기로 0.5건씩 증가해 70년대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질 당시 미국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1980년 조이혼율이 5.3건으로 절정을 이룬 뒤 점차 감소 추세인 상황. 한국의 이혼추세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08년경엔 미국보다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이혼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신여대 김태현(金兌玄·가족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의 이혼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남성의 가부장적 사고와 여성의 평등의식이 충돌하는 데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부의 역할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張惠敬·사회학 박사) 연구부장은 “미국은 주(州)정부가 ‘부부 클리닉’이나 ‘신혼부부 교육’ 등 다양한 이혼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혼율을 낮추고 있다”며 “한국도 가정 상담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再婚 쉬쉬 옛말”▼
이혼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국내 ‘재혼(再婚)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재혼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업체의 매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으며, 초혼을 주력사업으로 뛰던 결혼정보업체들도 재혼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관련업계는 알선료와 알선행사 참가비를 기준으로 볼 때 올해 재혼시장 규모가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8년 12월 설립된 재혼전문업체 ‘행복출발’은 99년 매출이 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5배인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98년 이후 회원 가입이 해마다 20%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매월 250명 정도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인 ‘선우’의 경우 전체 회원 중 재혼 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15%에서 지난해에는 25%로 늘었다. 재혼을 원하는 이혼남녀의 가입 문의도 1999년 3000건 정도였던 것이 지난해 5000건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듀오’는 재혼 시장이 커지자 2001년 12월 재혼전문 사업부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22억원 중에서 재혼회원을 통해 올린 매출이 16억원에 이른다. 이는 99년 4억7000만원과 비교할 때 30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재혼산업의 급성장은 이혼율의 증가에 기인하지만, 재혼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혼자’들이 재혼을 결심하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재혼전문업체 ‘두리모아’에 따르면 재혼을 결심하는 시기는 3, 4년 전만 해도 이혼한 지 4∼10년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혼 3년 이내 재혼자가 전체 재혼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중소기업 부장이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회원 가입을 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이혼 사실을 알리고 재혼 상대를 찾아 나서는 것도 새로운 경향. ‘행복출발’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개최한 ‘재혼상담강좌’에는 10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듀오’의 오미경(吳美敬) 대리는 “재혼을 위해 마련된 공개 이벤트에 이혼자들이 적극 참가하는 등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재혼 상대에 대한 기준도 과거에는 자녀에 대한 입장과 성격 등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외모와 직업 등을 중시하는 등 초혼의 선택기준과 흡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강지남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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