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옹기제작 신일성씨 "옹기엔 우리魂 담겨있어…"

  • 입력 2003년 3월 28일 20시 35분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리 ‘옹기(甕器)마을’에서 40년째 옹기를 만들며 전통옹기의 맥을 잇고 있는 신일성(申一成·61·사진)씨.

그는 28일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오래된 문화유산인 전통 옹기 성형기법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잃는 것과 같다”며 “울산 등 일부 지역에 남아 있는 전통옹기 성형기법을 잘 보존, 계승해 전통문화상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신씨가 울산 ‘옹기마을’에 정착한 것은 40년 전인 1963년.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로부터 옹기 성형기법을 전수받은 신씨는 옹기마을에서 ‘일성토기’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본격적인 옹기도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씨는 전통옹기를 응용해 국내 최초로 장식용 붉은토기와 수도꼭지 달린 ‘옹기생수단지’를 만들었으며 1990년 일부 언론에 히트상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일본인 도예가 요시다 아키라(吉田明) 등 외국인들도 매년 신씨에게 옹기 성형기법을 전수받고 있다.

신씨는 “아파트 문화에 맞는 김치냉장고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전통옹기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옹기는 습도 조절능력이 뛰어나 김치와 된장 등 음식의 맛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아직도 전통옹기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신씨는 요즘 전통 옹기제작기법을 응용한 ‘쌀통용 옹기’와 고려청자 모양의 대형 장식용 옹기를 만드는 등 제품의 다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외고산리는 옹기의 원료인 흙이 양질인데다 겨울철에도 얼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따뜻하고 마을 전체가 가마를 만들기 좋은 20∼30도의 구릉지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1950년부터 전국의 옹기 도공 200여명이 몰려들어 국내 최대의 옹기집산지가 형성됐으나 90년대 들어 옹기 사용이 줄면서 경영난으로 도공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해 지금은 신씨 등 9명만 남아 있다.

울산시는 올 상반기 중 신씨 등 일부 도공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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