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79…손기정 만세! 조선 만세! (7)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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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뿐만 아니라, 동메달을 딴 남승룡도 양정 고등 보통학교 운동부 출신이다. 양정에서는 호적수들과 절차탁마하며 하루 종일 달리기 연습만 하면 되지만 나는 식솔을 거느리고 있다. 독신이라면 상경하여 양정 운동부의 문을 두드려 볼 수도 있을 텐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좋아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여, 구슬 같은 아들과 금쪽 같은 딸을 얻었는데, 모든 것이 내가 바래서 된 일 아닌가?

질투.

땀에 젖은 셔츠가 등에 달라붙어 있다. 셔츠도 바지도 고무신도 팔도 다리도 머리도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구차한 질투 때문에 혼마저 찐득하게 땀에 젖어 있다.

신의주 보고(普高) 당시 달리기 선생이 얘기해 주었다. 생도들을 데리고 신의주 제방을 일주할 때, 한 생도가 커다란 돌멩이를 손에 들고 달리고 있었다. 왜 돌멩이를 들고 달리느냐고 묻자, 그 생도는 다른 생도들과 너무 거리가 벌어지니까, 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제방 중간쯤까지는 돌멩이를 들고 달리다가, 그 다음부터는 돌멩이를 버리고 눈깜짝할 사이에 다른 생도들을 앞질러버렸다. 그 생도가 바로 오늘의 손기정 선수이다.

5년 전 조선 신궁 대회에서, ‘양손에 돌멩이를 쥐고 뛰는 것도 효과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는 그렇게 하고 달렸다’고 한 얘기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어낸 허풍이라 여기고 믿지 않았다. 우철은 방울 달린 동아줄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방울이 울렸다. 짝짝, 박수를 두 번 쳤지만 고개도 숙이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았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우철은 자기 안에 있는 누군가를 두드려 깨울 듯이 집요하게 동아줄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납폐를 치른 후에 이 신사 안에서 은혜의 몸을 안았다. 딸랑 딸랑, 우리는 참배하러 온 일본 사람들의 발소리와 박수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몸 안에서 쾌락을 이끌어내는 일에 열중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손기정과 남승룡은 여자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달리기에만 정진하였고, 딸랑 딸랑, 오직 두 다리로 세계의 정점에 올랐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우철은 발치에 있는 돌을 주어 양손에 꽉 쥐고 돌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랐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고무신 뒷굽이 들떠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큐큐 파파 폐도 근육도 나의 달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큐큐 파파 질투 큐큐 파파 질투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질투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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