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투란도트 vs 아이다…보는맛 택할까·듣는맛 택할까

  • 입력 2003년 4월 1일 19시 17분


1998년 중국 베이징의 쯔진청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왼쪽)와 2002년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에서 공연된 '아이다'. -동아일보 료사진
1998년 중국 베이징의 쯔진청에서 공연된 '투란도트'(왼쪽)와 2002년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에서 공연된 '아이다'. -동아일보 료사진

전통적 오페라극장이냐 실외 경기장이냐, 푸치니의 중국이냐 베르디의 이집트냐.

2003년 한국은 오페라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해외 유명 성악가를 앞세운 대형 오페라 대결이 불꽃을 튀긴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는 푸치니 ‘투란도트’(5월 8∼11일·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가 인터넷 검색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화제를 뿌리는 가운데 이보다 앞서 기획된 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24∼27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창작 원형인 전통적 실내오페라 형태로 공연된다. 최근 창단한 제누스오페라단은 베르디 만년의 거작 ‘아이다’를 5∼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고, 공연기획사 CnA는 9월 18, 20일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같은 작품을 공연한다. 야외공연과 실내공연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왜 ‘투란도트’와 ‘아이다’일까.

● 이국주의의 두 거작

‘아이다’와 ‘투란도트’ 모두 19세기말∼20세기초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인들이 낯선 문화권에 특별한 미학적 가치를 부여한 ‘이국주의’의 산물이었다. 또 대규모 합창단과 무용단이 출연하는 대작이라는 점 때문에 오늘날 야외오페라의 단골작품이 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에티오피아 정벌을 다룬 ‘아이다’는 2막 2장 개선행진 장면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투란도트’의 경우 1∼3막 전체에 걸쳐 대규모 합창단이 출연하는 등 역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 야외vs실내

베르디와 푸치니 생전에 야외오페라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2차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의 베로나, 프랑스의 아를 등에 있는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시험삼아 무대에 올린 야외오페라가 인기를 끌면서 점차 관심을 모았던 것. 그러나 자연의 무대와 음향을 최대한 살리는 ‘유적지 오페라’에 비해 최근의 야외오페라는 확성장치를 사용하고 대규모 세트를 설치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연형식의 창조’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오페라 전문가들은 “실내오페라와 야외오페라는 다른 감상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외오페라에서는 실내오페라의 섬세한 자연음향과 심리연기를 찾으려 할 필요가 없는 대신 널찍한 공간에 펼쳐지는 장엄한 세트와 합창, 무용을 최대한 즐기라는 것.

● 야외음향 어떻게

여러 층의 객석과 발코니가 설치돼 긴 주기(週期)의 에코(메아리)를 난반사하는 야외경기장은 공연장으로서는 좋지 않은 음향조건을 갖는다. 그러나 야외오페라를 주최하는 공연기획사들은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야외오페라 ‘투란도트’ 주최자인 박현준씨는 “이탈리아의 음향전문가들이 잔향성분을 없애고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으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의 한국측 협력사가 축적된 노하우를 ‘투란도트’ 공연에서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누스 ‘아이다’ 해외 프리마돈나 ‘투톱’

4개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외국인 성악가들을 대거 주연으로 발탁했다는 점. 9월 잠실의 ‘아이다’ 주역테너인 주세페, 자코미니와 이집트왕 람피스역의 베이스 니콜라이, 기아우로프는 음반 성악팬들에게도 낯익은 전설적 명가수. 기아우로프는 올해 74세의 노장이지만 노래가 적은 람피스 역으로는 충분히 카리스마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누스오페라단의 ‘아이다’는 두 명의 이탈리아인 소프라노가 ‘더블 캐스팅’으로 주역을 맡았다.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역으로 찬사를 받은 파올라 그레고리오, 베르디의 고향 부세토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시모나 베르티니가 그들이다. 2만∼30만원. 02-574-806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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