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일본 시가현, ‘백제의 향기’ 벚꽃 날리듯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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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공항터미널 역에서 하루카 26호(교토행 특급)열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교토 역. 1시간 12분 걸렸다. 인접한 오쓰(大津·시가 현 수도)는 철도로 9분 거리. 일본 최대의 호수인 오쓰는 비와코(琵琶湖)의 호반이다. 호수에는 ‘미시간’(Michigan)이라는 수차(水車)추진 유람선이 떠다닌다. 미국 5대호 가운데 하나인 미시간호에서 따온 이름이니 ‘오쓰=시카고’인 셈이다. 미시간 호반의 중심타운이 시카고이니까.

호수 도착 시각은 오후 3시. 오전 9시 50분 인천공항을 출발했으니 다섯시간만(점심식사시간 포함)이다. 396년 전(1607년) 첫 조선통신사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무려 70여 일이 걸렸다. 조선침략을 사과하며 교류를 원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청도 있고 임진왜란 중 끌려간 조선인 환국을 위해서였다.

춘삼월 간사이(關西)지방은 일본 최고의 여행지다. 사쿠라(벚꽃)가 만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벚꽃 없이도

간사이 여행은 즐겁다. 대륙 문화를 일본에 건네준 백제의 흔적이 남아 있고 이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백제의 흔적을 찾아


백제 멸망(660년) 후 유민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가 천황족과 호족이 되어 살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 그 정착루트를 살펴보자. 상륙 항은 늘 규슈다. 항로는 해류를 따르기 때문. 길은 동진해 비와코로 이어진다. 조선통신사의 여행길 역시 같다. 1000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비와코. 오사카 교토 나라 1400만 인구의 젖줄. 동시에 백제를 극복하고 비로소 ‘일본’을 주체로 삼게 되는 역사적인 장소다.

때는 백제 멸망 직후, 주인공은 38대 텐지(天知) 천황. 백제계인 그는 백제에 지원군을 보내 백마강에서 나당연합군과 싸우지만 역시 패한다(663년). 백제 지원을 위해 수도마저 아스카(현재 나라 근방)에서 후쿠오카로 옮겼지만 나당연합군의 반격을 우려한 천황은 다시 수도를 옮긴다(667년). 그 곳이 비와코 주변, 오미(近江·시가 현)다.

오미 왕조는 8년 후 그의 죽음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권력다툼에서 신라계가 백제계에 승리했기 때문. 새 천황 텐무(天武)는 탈 백제 정책을 폈다. 백제어를 금지하고 가나(일본 고유어)를 쓰게 했다. 국호도 ‘일본국’으로 정했다. 자주독립 국가의 탄생 선언이었다.(이봉하 저 ‘가야가 세우고 백제가 지배한 왜국’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

지금도 ‘오미’에서는 백제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석가산 백제사(百濟寺·천태종). 쇼토쿠(聖德)태자가 스승 혜자(惠慈·고구려 승려)와 여행 중 상서로운 기운을 보고 발원해 지은 백제 사찰(수이고 천황 재위 기·554∼628년)이다.

원숭이 어슬렁거리는 산중턱. 삼나무 숲 속 금당(부처님을 모신 건물)은 긴 계단으로 이어진다. 숲 속의 여러 채 당우. 연못을 둔 혼보(本坊·스님 거처)의 희견원(정원). 백제사찰을 모방해 지었다는 말 그대로 백제식이다. 80년 전 여기서 미륵반가사유상이 발견됐다.만약 백제 것으로 판명되면 불교전래 역사를 훨씬 앞당길 논란 분분한 유물이란다.

●조선통신사를 따라


1990년 방일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을 만났다. 그 만찬에서 노 전대통령은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에 대해 말하면서 ‘아메노모리 호슈우’(1668∼1755)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패퇴시키고 새 막부를 연 도쿠카와 이에야스 시대에 조선에 대한 무역 및 외교권을 부여받은 쓰시마 번주를 돕던 오미 출신의 유학자. 88세로 쓰시마에서 숨질 때까지 조선통신사를 두 차례나 영접했다. 그의 이름이 200여 년 후 언급된 것은 그가 생전에 갈파했던 신뢰 기반의 외교관과 일본내 한국어 전파 노력 덕분.

‘국가 간 교제는 신의가 생명’임을 강조한 그는 국가간 이해를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라며 3년 간 조선에 유학, 말과 글을 배우고 귀국후 일본 최초의 한국어 입문서와 회화 책을 집필했다. 조선통신사도 그의 집 앞을 지날 때는 가마에서 내려 예를 표했을 정도다.

호슈의 생가인 아메노모리는 호수동편. 생가 터에는 ‘동아시아 교류의 집’이란 기념관이 있고 관장 기무라 카즈오씨(75)는 일본여행자에게 조선통신사와 호슈에 대해 강연한다.

조선통신사의 여행 루트인 비와코의 유적 가운데는 히코네 성(1622년 완공)이 유명하다. 호수 근방의 언덕에 있는데 불타 다시 지은 오사카성과 달리 원형인지라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4대성 가운데 하나. 통신사의 사신은 성하촌(城下村)의 사찰에 머물었는데 그 절과 절앞의 통행로 역시 잘 보존돼 있다. ‘캐슬 로드’라는 이 길은 메이지 시대의 상점가로 다시 태어나 오미의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린다.

히코네성 아래에 있는 영주의 정원 겐큐엔(玄宮園). 조성하기자

● 여행정보

◇홈페이지 ①오사카부(영어)=www.kanko-osaka.or.jp/eng/ ②시가현(영어)=www.pref.shiga.jp/index-e.html ③일본국제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한글)=www.jnto. go.jp 02-732-7529

◇‘스롯토 간사이 패스’(Gansai Thru Pass)=오사카 나라 교토는 물론 고베 히메지 고야산 등 오사카 주변을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도록 만든 교통패스. JR을 제외한 사철과 버스(일부 제외) 이용권. 도쿄에 비해 JR선이 발달하지 않은 간사이 지역에서는 이용범위가 넓은 편. 3일 권이 5000엔(5만3500원).

● 여행상품

‘팬스타드림호(부산↔오사카·왕복 2박)+호텔(2박·조식 포함)’ 형식의 여행상품

①자유여행(5일)=간사이 스룻토 패스(3일권) 포함해 19만9000원. ②가이드투어(5일)=전용버스로 가이드 동행. 34만9000원. ③오사카 교토 나라 자유여행(6일)=호텔 1박 추가. 스롯토 패스별도. 22만9000원.

스롯토 간사이 패스와 페리왕복 여행상품은 ㈜여행박사(www.tourbaksa.co.kr)에서 구매 가능. △서울 02-730-6166 △부산 051-442-1451 △대구 053-421-9989

오사카 도심의 강(요도가와 지류)을 운항하는 리버 크루즈 오사카의 관광유람선 아쿠아라이너. 지금 가면 활짝 핀 벚꽃으로 뒤덮인 강안을 따라 크루즈 할 수 있다. 오사카=조성하기자

▼동양의 베네치아 '일본 오사카'▼

‘도쿄는 808가(街), 교토는 808사(寺), 오사카는 808교(橋)’.

다리 많은 오사카, 물길이 발달했음은 물론이다. 땅 보다는 물로 물자를 수송하던 옛날. 상업은 물길 발달한 곳에서 번성했을 터. 상업도시 오사카도 마찬가지다. 그 역사는 에도 시대(1603∼1867년)에 오사카에 들어선 3대 시장(쌍 청과 어물)에서 시작한다. ‘천하의 대 부엌’이라는 별명도 예서 왔다. 지도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오사카만으로 흘러드는 두 강(요도가와 야마토가와)에 의해 형성된 델타(삼각주)에 오사카는 들어섰다.

‘물의 도시’ 오사카. 직접 체험해 보려면 유람선을 타자. ‘리버 크루즈 오사카’의 유람선이 운항중이다. 오사카 크루즈는 지금이 제철이다. 강안을 뒤덮은 하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그 강을 따라 가면 시청과 조폐공사, ‘오사카의 맨해튼’이라는 비즈니스 파크를 지난다. 오사카성 공원앞에서도 내릴 수 있다.

재래의 방식으로 주인이 직접 만드는 과자를 파는 이시키리 상점가의 한 가게. 오사카=조성하기자

물의 도시 오사카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중에는 도톤보리다. 요도가와 지류를 따라 형성된 이 환락가는 ‘구이 다오레’(くい だおれ·쓰러질 때까지 먹는다는 의미)라는 말로 대신하는 오사카진(사람)의 걸출한 식도락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 김치와 다진 마늘을 무제한 제공하는 라면식당 긴류(金龍), ‘오사카의 맛’ 다코야키(문어 넣고 구운 과자) 원조집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명소다.

도톤보리가 현대판 식문화의 전시장이라면 이시키리(石切)상점가(商店街)는 전통 식문화 전시장이다. 전철역과 신사(神社)를 잇는 1㎞ 길이의 골목에 150여 개 전통상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모찌 오뎅 시치미(七味·일곱 가지 맛의 천연 조미료) 우메보시(매실) 센베 등등…. 상점마다 주인이 직접 만들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도 빼놓을 수 없는 오사카의 물 문화다. 산토리(대표적인 일본 위스키 브랜드)사가 1923년 첫 증류시설을 설치한 곳은 야마자키(山崎·오사카 부). ‘일본의 명수’로 선정된 샘물 가다. 퓨어 몰트(보리 주정)의 ‘산토리 야마자키(山崎)’만 생산하는 이 공장에 가면 위스키 제조과정을 보고 위스키 시음도 한다(무료). 산토리 위스키 박물관도 있다.

마지막 코스는 오사카 역 앞 우메다 스카이빌딩의 ‘공중정원’. 쌍둥이빌딩의 옥상을 연결(39층과 40층)한 구조물로 시내가 360도 내려다보인다. 물의 도시 오사카가 한 눈에 들어온다. 1930년대 오사카의 옛 골목거리를 재현한 지하의 ‘다키미고지’(瀑見小路)도 식도락을 즐기기에 좋은 곳.

●여행정보

①리버크루즈 오사카(www.keihannet.ne.jp/suijobus/)=‘아쿠아 라이너’가 오전 10시∼오후 7시 운항. 일주(60분) 1880엔(5월 11일 이후는 1600엔). 선착장은 △오사카 성(JR선 오사카성공원역) △텐마바시(케이

한 전철·지하철 텐마바시 역) △요도바시(케이한 전철·지하철 요도바시 역 14번 출구 A계단) △OAP(JR 사쿠라노미야 역). 벚꽃은 4월 6일까지 만발.

②도톤보리(道頓堀)=에도 시대 가설극장이 섰던 거리로 난바 역 하차. 난바 역은 난카이 킨테츠(전철), 미도스지 센니치마에 요도바시(지하철)등 모두 다섯 개 철로 교차.

③이시키리 상점가(isikiri.com)=긴데쓰 나라선 이시키리 역 하차(북쪽 출구). 골목 입구까지는 걸어서 5분.

④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www.suntory.co.jp/factory)=JR 도카이도 혼센의 야마자키 역하차. 철로 변의 공장은 걸어서 10분. 안내투어는 2인 이상, 예약은 3개월 전부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 반(최종입장 오후 4시). 현지 예약 전화 075-962-1423

⑤공중정원 전망대(신 우메다시티)=오사카 역에서 걸어서 10분. 오전 10시∼오후 10시 반(최종 입장 오후 10시), 700엔.

오사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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