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생활 속의 수행을 강조한 그는 이미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그의 저서들만큼이나 방한 기간 내내 큰 인기를 끌었다.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던 틱 스님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그의 독특한 수행법 때문이라기보다 불안과 갈등이 고조된 한국 사회에서 마음의 위로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 1995년 첫 방한 때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틱 스님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전한 마음은 ‘바로 지금 우리’가 원하던 마음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틱 스님의 방한 과정에서 주최측의 과욕과 지나친 환대 그리고 상업주의는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틱 스님 못지않은 법력을 가진 한국 스님들이 적지 않다며 그의 인기를 ‘문화 사대주의’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시청 앞에서 열린 ‘틱 스님 방한기념 반전 평화집회’는 원래 ‘걷기 명상’이란 주제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틱 스님과 함께 걷기 수행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계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발발 후 주최측은 이 행사를 20만명의 참여를 예상하는 대규모 반전집회로 성격을 바꿨다. 대형 크레인을 동원한 20여개의 스피커에서 울려퍼진 대중가수들의 노래와 곧바로 이어진 스님의 걷기 수행 사이의 거리는 한참이나 멀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원도 3000여명에 불과했다.
국회에서 열렸던 심포지엄에서는 의원들의 축사 경쟁으로 정작 틱 스님의 강연과 질의응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강연회 입장을 둘러싼 잡음까지 생겼다.
그의 방한에 맞춰 별다른 특색도 없는 20여권 가까운 책이 무더기로 출판된 것도 인기에 편승한 출판 상업주의라는 지적도 많았다. 아무쪼록 그가 한국에 남긴 향기가 오랫동안 남아 퍼지기를 바란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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