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더 이상 흡연자의 도시가 아니다. 일요일인 3월30일 0시 1분부터 강력한 금연법이 발효됐다. 복지재정 문제, 시민건강 문제 등으로 ‘담배와의 전쟁’을 선언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해 온 결과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26일엔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가 뉴욕주 전체에 적용될 금연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7월23일 시행된다.
뉴욕시 금연법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1995년 35석 이상의 대형식당에 적용되기 시작한 뉴욕시 금연법이 제 세상을 만났다. 식당 술집 은행 쇼핑몰 운동장소(당구장 볼링장 등 포함) 대중교통시설이 모두 적용 대상이다. 지붕이 없는 야외테이블의 경우 25%에는 흡연석을 설치할 수 있다. 뉴욕시는 4월 한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5월1일부터 업소 단속에 들어간다. 벌금은 첫 위반에 200∼400달러, 1년 안에 또 걸리면 500∼1000달러로 높아진다. 1년 안에 3번 걸리면 벌금 2000달러에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지난해 담배회사들이 로비로 막았던 뉴욕주의 금연법은 이번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 법안 역시 모든 식당과 술집, 일터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 뉴욕시 법에는 뉴욕시 의회가 막판에 집어넣은 예외조항이 여러 개 있지만 뉴욕주 법은 호텔방, 시가바, 멤버십클럽 등 극히 일부에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주 금연법이 시행되면 자체적인 금연법이 없거나 이보다 약하게 규제하는 뉴욕주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적용된다. 이미 캘리포니아와 델라웨어주가 뉴욕과 비슷한 금연법을 시행 중이며 플로리다 유타 버몬트주는 식당 금연만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을 다루던 날 주 의회 주변에서는 미국 암협회 등 통과찬성파와 담배회사나 식당 및 술집 연합회 등 통과반대파의 로비가 치열했다. 암협회측 로비를 벌인 스티브 바인가르텐은 “전과(戰果)가 크기 때문에 로비스트들에겐 올들어 가장 치열한 승부였다”고 말했다. 뉴욕주 상원에선 일주일간의 문을 걸어잠근 논의 끝에 57 대 4로 통과됐다. 하원에선 3 시간의 열띤 토론을 거쳐 97 대 44로 통과됐다. 상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개별 지역구의 중소상인에게 돌아가는 공중보건 혜택이 금연에 따른 경제충격보다 크다”고 설득한 결과였다.
‘금연 전쟁’은 비흡연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외출 후 옷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한다. 반면 대부분의 업소는 매상 감소를 우려해 울상이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바 ‘세인트 앤드루스’를 운영하는 마틴 휠런은 “정부 간섭이 너무 심하다”며 “결단코 반대”를 외친다.
소호의 바 ‘해피 엔딩’ 공동대표 올리버 피랄은 “짐작보다 훨씬 빨리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비장한 태도다. 뉴욕 일대 100만명에 달하는 골초들을 위해 그는 뉴욕시 금연법에서 예외로 인정한 ‘흡연실’을 만들고 있다. 이걸 위해 주방의 일부를 헐었다. 술집은 환기장치를 갖춘 흡연실을 만들어 놓고 종업원을 출입시키지 않으면 된다. 뉴욕시는 이것을 2006년 1월까지 허용한다. 그런데 뉴욕주 금연법은 이마저 금지하고 있다. 하나 꾸미는 데 5000∼3만달러가 드는 흡연실 투자는 ‘본전 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건축가 스티븐 샐브슨의 예상이다.
일각에선 ‘6개월’ 설을 퍼뜨린다. 올 여름까지 뉴욕 유흥업소의 매출이 뚝 떨어지면 블룸버그 시장이 깜짝 놀라 두 걸음 후퇴할 것이란 기대다. 어떤 뉴요커는 “금연법은 캘리포니아에서나 효과가 나는 것”이라면서 “더 공격적이고 덜 건강한 뉴요커들이 금연법을 참아낼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또 다른 뉴요커는 이렇게 불평한다. “(지저분한 게 어울리는) 타임스스퀘어를 청소해놓고 술집에서 춤을 추지 못하게 하더니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지 못하게 하고 이젠 담배마저 피우지 못하게 한다. 으, 뉴욕은 재미없는 도시야.”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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