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몸을 태우며 여유를 즐기는 둘. 마침내 해가 저물고 저녁 시간.
“제대로 만든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
나는 유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겉은 바삭바삭하면서도 안에는 육즙이 흐르는 고기에, 토마토 케첩을 듬뿍 바른 진짜 햄버거를.” (‘댄스 댄스 댄스’ 하권)
자, 유키의 어머니를 만나러 간 하와이에서 저녁으로 먹는 ‘제대로 먹는 햄버거’를 책 속에서 집어 들어 한 입 가득 물어보자. 뚝뚝 떨어지는 육즙, 새빨간 케첩으로 범벅된 입.
이 햄버거 요리의 난이도는 ‘중간’쯤이다. 재료는 다진 소고기 200g, 양파 4분의 1개, 햄버거빵 2개, 청경채 2장과 소금 후추 너트메그 케첩 등이 필요하다. 이제 만들기. △다진 쇠고기와 잘게 다진 양파, 소금 후추 너트메그를 함께 섞어 가운데 두께가 1㎝가 되도록 모양을 다듬는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뜨겁게 달군 뒤 햄버거를 넣는다. △양파를 볶는다. △살짝 구운 햄버거빵에 버터를 바르고 재료를 차례로 올린 뒤 빵으로 뚜껑을 덮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자주 요리를 시켰다. 독자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술집으로 달려가 맥주를 마셨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읽다가는 스파게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급기야 한 손에는 소설책,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드는 독자마저 생겨냈다. 그들에게 무라카미의 소설은 ‘레서피의 보고(寶庫)’.
음식이 등장하는 소설의 장면과 함께 필요한 재료와 요리법이 소개된다. ‘맛내기 포인트’로 간단하지만 알찬 정보도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다. 1권에는 소설 속 음식을, 2권에는 수필에서 다뤄진 음식을 담았다.
이 책을 만든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의 멤버는 요리 연구가, 편집자,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심리학자 등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음식을 레서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혀를 사용해 다시 읽어보는 소설의 느낌은 어떨까.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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