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씨, 일일 위탁모로 방송촬영중 만난 남자아이 입양

  • 입력 2003년 4월 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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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 윤석화씨가 입양한 아들을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박주일기자
‘초보 엄마’ 윤석화씨가 입양한 아들을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박주일기자
"지금 주무시는데요, 12시쯤 일어나실 겁니다."

4일 오전 11시 반. 연극 배우 윤석화씨(47) 집에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를 받은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결혼후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는데 왠 아이 울음소리(?).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낮 12시반, 초인종을 누르자 막 샤워를 마쳤는지 그는 젖은 머리로 문을 열어주었다.잠을 못잔 듯 약간 피로해 보였다.

"아기가 침대에 뉘이면 잠을 안 자고 품에 안겨야만 잠이 들어요."

그는 생후 4주가 채 안된 남자아기를 입양해 3일 집으로 데려왔다. 아직 이름은 없다. 입양 기관에서는 '찬민'으로 불렸지만 다른 이름을 생각중이다.

서너시간 간격으로 깨는 아기 때문에 밤새도록 잠을 못자다가 아침 10시에야 겨우 눈을 붙였다고 했다. 그랬다. 갓난 아기를 둔 다른 엄마들처럼, 그 역시 밤낮없이 잠을 설치는 아기 엄마였다. 94년 결혼한 뒤 지금까지 간절하게 아기를 소망해 왔던 그가 마침내 '엄마'가 된 것이다.

지난달 20일, 그는 SBS의 방송프로그램 '스타도네이션-꿈★은 이루어진다'에 일일 위탁모로 출연하기 위해 입양기관을 찾았다. 오랫동안 애를 갖고 싶었던 그는 개인적으로도 입양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고 했다.

"쉰살이 넘으면 입양하려고 했었어요. 이렇게 갓난 아기 말고 다섯 살쯤 되는 여자 아이를 생각했었죠."

하지만 부모 자식이 되는 인연은 따로 있는 것일까. 입양 시설에는 유난히 우는 아기가 있었다. 그가 위탁받기로 했던 아기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가가 안아주자 울음을 뚝 그쳤다. "네가 엄마 품이 그리워 이렇게 울었구나." 아가에게 그렇게 속삭이는 순간,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날부터 아기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내 외로움이 이 아이를 부른 것 같다"며 남편(46)과 상의해 입양을 결정했다.

그는 "'내 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작은 사랑을 실천한다고 생각하고 키우겠다"고 하면서도 "애를 위해서라면 여차하면 사과 광주리라도 지고 다녀도 안 부끄러울 것 같다"며 강한 '모성'도 드러냈다.

"눈이 참 크고 잘 생겼다"고 하자 금세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져 "그렇죠?"하며 좋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팔불출' 엄마이기도 했다. 아직은 아기를 안는 자세가 어색한 '초보 엄마'였지만, 아기 몸무게를 묻자 "3.9kg"라고 정확히 대답했다.

그의 집에는 애완견 '만세'와 '만희'가 뛰어다녔다(그는 만세를 '큰 애'라고 표현했다). 유아가 있는 집에서는 애완동물을 잘 키우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어휴, 난 유별나게 애를 키우지 않을 거예요. 물론 (개들을) 더 관리하긴 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 베란다에는 천 기저귀가 널려있었다. "천 기저귀 쓰시네요?"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1회용을 좋아했다면 제가 연극을 했겠어요?"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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