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는 20개 분야에 걸쳐 각 분야 전문의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베스트 닥터’의 삶을 집중 조명했지만 올해에는 분야를 30여개로 늘리고 선정된 베스트 닥터로부터 각종 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듣게 된다. 또 베스트 닥터 외에 1위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은 의사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이번 주엔 호흡기질환, 다음주엔 뇌혈관질환을 다룬다.》
2000년에 이어 연속으로 호흡기질환의 베스트닥터로 선정된 서울대병원 심영수 교수(58)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딱 맞는 의사다. 그는 나서기를 싫어하고 늘 조용히 웃는 낯빛으로 환자를 본다.
그런데도 그의 친절 진료는 ‘내공’이 쌓여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오죽했으면 그의 환자인 이순옥 할머니가 심 교수의 친절에 감동해서 평생 삯바느질로 모은 10억원을 병원 연구비로 기탁했을까.
같은 병원 종양내과의 방영주 교수(48)는 심 교수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임상 의사”라고 말했다.
하마터면 그와 인터뷰를 못할 뻔했다. 그는 원래 싱가포르에서 만성폐쇄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호흡기질환 때문에 ‘다행히’ 이 분야의 명의를 만날 수 있었던 것.
심 교수가 주로 보는 만성폐쇄폐질환은 사스 만큼이나 무슨 병인지 알기 어렵다. 만약 괴질이 괴상한 질병이란 뜻이라면 COPD도 괴질에 포함시켜야 할 듯하다.
―도대체 병명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학계에서 쉽고 정확한 말로 풀어야 하는데 이 작업 또한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에서는 ‘폐저병(肺沮病)’으로 번역했는데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에이즈처럼 그냥 ‘COPD’로 부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병은 희귀병인가.
“이름만으로는 희귀병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사망원인 4위다. 한때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발병률이 떨어질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병명도 모른다. 내 환자 중에서도 1년 이상 치료받으면서도 ‘제 병명이 무엇이죠’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도 환자의 3분의 2 가량이 자신의 병명을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에 10월 1일을 ‘세계 COPD의 날’로 정하고 미국 국립보건원과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치료방침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도대체 어떤 병인가.
“기관(氣管)은 기관지로 갈라지고 기관지는 세기관지, 종말기관지 등으로 가지를 치면서 갈라져 허파로 들어간다. 허파에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 아주 작은 공기방인 허파꽈리를 호흡세기관지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 이 호흡세기관지가 조금씩 좁아져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크게는 호흡세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큰 기관지로 번지는 ‘만성기관지염’과 허파꽈리들 사이의 벽이 무너지고 뭉쳐져 허파가 팽창하고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숨길이 좁아지는 ‘폐기종’으로 구분된다.”
―설명이 좀 어렵다. 이 병의 특징은 무엇인가.
“50대 이후에 가래나 기침이 나오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 초기에 치료하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세가 진행되면 치료가 힘들다. 오래 담배를 피웠던 50대 이상이 갑자기 숨이 차면 이미 폐 기능이 50% 이하 떨어진 것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아침에 가래나 기침이 나올 때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치료법은 있나.
“증세가 가벼우면 기관지를 넓히는 ‘칙칙이’를 목에 뿌리거나 항콜린제, 베타2항진제, 스테로이드제제 등 약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증세가 심해지면 고압산소통이나 휴대용산소통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도 이전의 생생한 상태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기침 가래가 나올 때 튜브에 숨을 힘껏 불어넣으면 컴퓨터가 허파의 기능을 분석하는 ‘폐기능검사’를 받도록 한다.”
심 교수는 많은 사람이 질병 초기에 ‘나이가 들면 으레 해소 천식이 생긴다’고 믿고 방치해서 병을 악화시키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책장에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꺼내어 펼치면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해소’는 기침, ‘천식’은 쌕쌕거리는 것을 뜻하는데 둘 다 병이 아니라 증세다. 또 증세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동의보감에는 천식의 종류가 8가지로 기술돼 있다. 의학적으로 천식은 갑자기 기도가 좁아져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을 가리킨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다른 병이다. 만약 어릴 적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렸는데 잠시 좋아졌다 숨이 차면 천식일 가능성이 크지만 장년 이후에 갑자기 숨이 차면 COPD일 가능성이 크다.”
―COPD는 어떻게 예방하나.
“이 병은 흡연자에게서 많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20대 이후에는 폐기능이 조금씩 떨어지지만 담배를 피우면 기능 저하 속도가 5배 정도 빨라진다. 폐암이 흡연 20년 후 주로 발병한다면 COPD는 흡연 30년 뒤에 발병한다. 국내에서는 담배뿐 아니라 대기오염도 큰 문제다. 서울에 살면 비흡연자도 하루에 담배 몇 개비를 피우는 셈이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호흡기질환 분야 명의들▼
▽권오정(46)=난치성 결핵 치료와 폐암 조기 진단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난치성 결핵에 대한 인터페론 치료, 기관지 협착 치료를 위한 내시경 레이저시술, 도관 삽입술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국책연구 과제로 사람에 따라 결핵 발병이 다른 이유를 캐고 있다. 작가 박완서씨의 사위이기도 하다.
▽한성구(49)=여러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결핵 등 이전에 치료하기 힘들었던 결핵을 치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했다. 선진국에서는 결핵은 줄어드는 대신 결핵과 유사한 비결핵성항산균증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치료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수. 역사와 미술 분야에도 평론가 수준의 조예가 있다.
▽김성규(61)=만성폐쇄폐질환(COPD)의 권위자. 국내에 항공의학을 도입했고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와 항공우주의학회의 설립을 주도했다. 조종사, 승무원 등에 생기는 질병의 치료법과 예방법 등을 보급했으며 해당 전문의료진들의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장.
▽김원동(59)=COPD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논문 140여 편을 발표하면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다. 환자가 궁금해하는 점이 있으면 별도로 시간을 내서 설명을 해 준다. 미심쩍은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는 등 원리원칙을 지키는 진료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울산대 의대 학장으로서 ‘문제 해결 중심 교육’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
▽성숙환(49)=98년부터 내과 한성구 교수와 함께 다제내성폐결핵 환자를 수술해 90%가 넘는 치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94년 국내 처음으로 폐이식 진료실을 개설했으며 97년에는 바늘침 흉강경을 이용해 다한증(多汗症) 환자의 흉부교감신경을 절단, 흉터가 없고 당일 퇴원할 수 있는 새 수술법을 선보였다.
▽심영목(49)=87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폐암과 식도암 수술의 권위자로 명성을 떨치다 94년 삼성서울병원에 스카우트됐다. 이전에는 식도암에 걸리면 곧 죽는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인식이었지만 심 교수는 수술 후 사망률을 3% 이하로 낮췄다. 폐암 1기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70%가 넘는다.
▽이두연(55)=1996년 7월 국내 최초로 폐이식수술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6차례의 폐이식수술에 성공했다. 또 92년 2월 한국 최초로 흉강내시경을 이용한 기흉(氣胸)수술치료에 성공하는 등 국내 최초 기록을 이어갔다. 92년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에 호흡기센터를 개설하여 1∼3대 소장을 역임했다.
▽조재일(46)=폐암과 식도암 수술의 권위자. 88년부터 원자력병원 흉부외과장을 역임했으며 2000년 국립암센터로 옮겼다. 수술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3기 폐암에 적극적 수술 방법을 도입,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식도암과 위·식도경계부위암 수술에서 국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김주현(57)=80년 국내 흉부외과에서는 처음으로 폐 및 식도외과를 전공하면서 이 분야를 개척해왔다. 이 분야에서 국내 최다 수술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수술 전 종격동경 검사 등 다각적인 검사를 보편화시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가려내고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96년에는 수술 사망률 제로를 기록
하기도 했다.
▼16개 병원 전문의 61명 설문조사▼
호흡기질환의 베스트 닥터로 내과에서는 서울대병원 심영수 교수가 뽑혔고 외과에서는 서울대병원 성숙환 교수, 삼성서울병원 심영목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전국 15개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61명에게 △가족에게 해당 질환이 생기면 믿고 맡기고 싶고 △지난 3년 동안 임상과 연구에서 큰 활약을 한 의사 중 1∼5위를 추천 받은 결과다.
이번 조사 결과 내과에서는 1999년 별세한 ‘한국 호흡기학의 태두’ 고(故) 한용철 박사의 수제자 3명이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한성구·권오정 교수는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로 40대. 동료 의사들로부터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아 2000년도 조사에 비해 순위가 급상승했다.
흉부외과에서는 세대 교체가 내과보다 더 뚜렷했다.
지난번 2위 그룹을 형성했던 성숙환 교수와 심영목 교수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추천을 받아 공동 1위로 선정됐다. 지난번 ‘톱 10’에 포함되지 않았던 국립암센터 조재일 박사가 2위권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호흡기질환 베스트 닥터 | |||||||||
과 | 의 사 | 소 속 병 원 | 세 부 전 공 | ||||||
호흡기내과 | 심영수 | 서울대 | 만성폐쇄성폐질환 | ||||||
권오정 | 성균관대 삼성서울 | 폐암, 폐결핵 | |||||||
한성구 | 서울대 | 폐결핵 | |||||||
김성규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 |||||||
김원동 | 울산대 서울아산 |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결핵 | |||||||
유세화 | 고려대 안암 |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 |||||||
장 준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 천식, 폐렴, 희귀폐질환 | |||||||
김동순 | 울산대 서울아산 | 간질성 폐질환 | |||||||
고윤석 | 울산대 서울아산 | 중환자 호흡 관리 | |||||||
정기석 | 한림대 성심(평촌) | 감염성 폐질환 등 호흡기질환 | |||||||
정태훈 | 경북대 | 호흡기 질환 | |||||||
이양근 | 전북대 | 만성기도질환 등 호흡기질환 | |||||||
김호중 | 성균관대 삼성서울 | 기관지질환, 폐암, 치료내시경 | |||||||
박성학 | 가톨릭대 강남성모 | 천식, 폐암 등 호흡기질환 | |||||||
정은택 | 원광대(익산) | 폐암 등 호흡기질환 | |||||||
박성수 | 한양대 | 폐암 등 호흡기질환 | |||||||
박경옥 | 전남대 | 호흡기질환 | |||||||
황성철 | 아주대 | 만성폐쇄성폐질환,급성호흡기능저하 | |||||||
유지홍 | 경희대 | 만성기관지질환, 폐암, 폐결핵 | |||||||
이용철 | 전북대 | 폐암, 천식 등 호흡기질환 | |||||||
김영환 | 서울대 | 폐암 | |||||||
이원영 | 건양대(대전) | 결핵 | |||||||
박순규 | 부산대 | 만성폐쇄성폐질환, 결핵 | |||||||
김영철 | 전남대 | 폐암 | |||||||
흉부외과 | 성숙환 | 서울대 | 폐 및 식도 수술, 다한증 | ||||||
심영목 | 성균관대 삼성서울 | ″ | |||||||
이두연 |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 ″ | |||||||
조재일 | 국립암센터 | ″ | |||||||
김주현 | 서울대 | ″ | |||||||
정경영 |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 ″ | |||||||
김진국 | 성균관대 삼성서울 | ″ | |||||||
박승일 | 울산대 서울아산 | ″ | |||||||
전상훈 | 대구 효성가톨릭 | ″ | |||||||
김광택 | 고려대 안암 | 폐 및 식도 수술, 다한증 | |||||||
박재길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 폐 및 식도 수술 | |||||||
나국주 | 전남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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