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네.”
신태가 목을 길게 빼고 송편을 담아 놓은 접시를 끌어당기려 했다.
“먹고 싶다고 그릇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면 안 된다.” 희향이 말했다.
신태는 오른손을 움찔 당기고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할매는 먹지 말라고 한 기 아이다. 먹어라.” 희향은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신태는 송편을 집어 입에 넣고, 우근의 말투를 흉내냈다.
“맛있네.”
우근과 미옥이 소리내어 웃자, 신태는 소매로 입을 닦고는 의기양양하게 제일 큰 소리로 웃었다.
“송편을 이쁘게 빚어야 좋은 서방을 만난다는 말이 있다.” 희향이 말했다.
“하지만도, 시집을 가서야 이쁘게 빚을 수 있다 아입니까.” 인혜가 말했다.
“아를 가진 사람이 덜 익은 송편을 깨물면 딸을 낳고, 잘 익은 송편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와, 니는 와 안 먹노?”
“…아, 아입니다… 좀….”
“나중 일은 생각말고 입에 넣어봐라. 홀몸이 아이다 아이가.”
어색한 침묵이 번지자 거의 동시에 우근이 그 침묵을 거둬들였다.
“형, 5000이나 1만에서 이겨봐야 빛도 못 본다. 역시 올림픽의 꽃은 마라톤이다.”
“…내일부터 같이 달릴라나.”
“뭐라꼬, 정말이가? 나, 우리 학교에서 젤로 빠르다. 5학년도 6학년도 내는 못 이긴다.” 우근은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숭늉을 들이켰다.
“일단 시작하면 매일이다.”
“알았다!” 우근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일어섰다.
“다 먹었다고 그렇게 촐싹거리면서 금방 일어나는 거 아이다. 아버지가 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가만히 있거라.”
“아버지 아이다.” 우근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불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다.” 신태는 좋아하는 딸기를 두 손에 움켜쥐고 번갈아 우물거렸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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