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나?” 우철이 물었다.
인혜는 욕지기가 올라와 심하게 꺽꺽거렸다. 아기의 머리가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흔들거렸다. 우철이 아기를 받아 안자 인혜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건넌방에서 뛰어나갔다.
“엄마, 어디 아프나?” 신태가 팽팽하게 펴진 깃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픈 게 아이다. 뱃속에 알라가 있어서 그란 기다” 우철은 자기 손바닥에 아기의 두개골 모양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마른 거 아이가. 4개월인데 목도 서지 않고…”
“아이고, 이 아 낳고 한 달 만에 또 아를 가졌으니, 젖이 우예 나오겠노. 오늘은 내가 젖을 좀 얻어먹일라고 가곡동 예주네까지 갔었는데, 이 아는 젖을 먹었다 카면 토한다, 그것도 왝왝하고 뿜어내듯이 토하니까네, 아이고”
땡 땡 땡, 기둥시계가 예쁜 소리로 8시를 알렸다. 희향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부아가 치민 듯한 시선으로 글자판을 쏘아보았다.
“신태야, 숭늉 마신 다음에는 반찬에 손대는 거 아이다”
아기는 자기를 혼내는 줄 알았는지, 거의 들리지도 않는 맥없고 쉰 소리를 내며 울었다. 가족은 모두 그 울음소리에 귀기울였다. 우철은 아기와 눈을 맞추지도 돌리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입 속에 남아 있는 김치 냄새가 신경이 쓰여 잠을 잘 수가 없다. 혀로 잇몸을 핥아보기도 하고, 몇 번이나 침을 삼켜보기도 했지만 끈질기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감각이 내게서 아주 멀게, 내 입, 내 미각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니 기묘한 일이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그건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마치 바늘이 뜯겨나간 시계가 된 것 같다. 안쪽은 움직이고 있는데 바깥쪽은 죽어 있다. 아니, 그 반대인가? 바깥쪽은 움직이고 있는데 안쪽은 죽어 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아무튼 내 안 어딘가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우철은 모기장에서 빠져나와 바지만 입고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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