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나치와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그들의 이야기라기보다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안네마리’는 덴마크에 살고 있다. 친구 ‘엘렌’과 금요일에 있을 달리기 시합 연습을 하려고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나서기 좋아하는 동생 ‘키얼스티’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는 평범한 열살 꼬마다.
이 아이를 평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길가에 총 들고 서 있는 군인들이다. 3년째 덴마크에 주둔한 독일군! ‘기린 같다’거나 ‘우습다’거나 하면서 애써 무시해 보려 하지만 서툰 덴마크 말 한마디에도 온몸이 얼어붙을 만큼 그들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두려움은 항상 길 모퉁이에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두려움은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집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엘렌의 가족이 나치의 유대인 ‘재배치’ 사업 때문에 쫓기게 되었다. 그저 조용하기만 하던 안네마리 가족은 엘렌 가족을 스웨덴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용감해지면서. 안네마리도 목숨을 걸고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덴마크 내의 많은 ‘안네마리 가족’들은 목숨을 걸고 7000여명의 ‘엘렌 가족’들을 스웨덴으로 피신시켰다. 그것이 ‘친구를 돌보는 사람’으로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많은 덴마크인이 죽임을 당하였다. ‘용감하다는 말은 위험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일만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게다.
막내 키얼스티가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그런 막연하고 든든한 원칙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인간은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은 많이 복잡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 논리가 착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주장이든 인간에 대한 존엄이 바탕이어야 하는 것을 우리는 안다.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착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이야기하며 ‘사람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나누었으면 한다.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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