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제를 찾아서]<1>진도 영등제

  • 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06분


《축제 시즌이다. 전국 각지의 축제는 4,5월과 8,9월에 몰려있다. 그 수는 줄잡아 100여 개. 소싸움 판소리 나비보기 송이 따기 등등…. 주제와 형식 모두 다양하다. 오늘부터 가 볼만한 축제를 선정해 소개하는 ‘축제여행’을 연재한다.》

28년 전(1975년) 5월. 당시 주한프랑스대사 피에르 랑디씨는 진도에 들러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드러나 섬(진도)와 섬을 이어주며 그 길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것이었다. 얼마 후. 프랑스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나는 한국에서 모세의 기적을 보았다’. 물론 무슈 랑디의 글이다.

그 뒤 이 신비의 바닷길은 일본에도 알려졌다. NHK-TV가 이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다큐로 제작해 방영한 것. 덕분에 진도 영등 축제를 찾는 일본인이 아직도 많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간단하다. 썰물 가운데서도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때(해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놓일 때)에 긴 모래톱이 드러나는 것뿐. 그것이 섬과 섬을 이어주는 길(길이 2.8㎞ 폭 40여m)이 된다는 점에서 신비로움이 더해 진 것이다. 마치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갈라진 바다 사이로 탈출하듯.

이 바닷길에는 전설도 있다. 뭍(회동마을)에 살던 뽕 할머니의 슬픈 사연이다. 가족이 호환(虎患)을 피해 섬(모도)으로 피신한 뒤 홀로 남은 할머니는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바닷길을 열어달라고 매일 용왕 님께 기도하다가 숨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사람들은 진도 바닷길이 열리는 날마다 할머니의 넋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주었다.

영등(靈登)이란 진도 주민이 모시는 바람의 신. 영등제는 한 해의 풍요로운 고기잡이와 농사를 기원하던 마을 공동제사였는데 여기에 ‘뽕 할머니의 전설’이 이입돼 신비로운 바닷길을 체험하는 문화축제로 진화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물 빠진 뒤 한 시간 가량. 가장 뚜렷히 열리는 때는 음력 3월초(영등 제 때)다. 물 빠진 바닷길에서는 횡재도 한다. 도처에 돌미역이고 가끔 갯벌 속 낙지나 바지락도 줍는다. 또 해저에 설치한 그물에 걸린 고기를 잡기도 한다(일명 개매기).

●행사

16∼19일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의신면 모도 사이에서 열린다.

▽첫날(17일)〓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할 때(오후 5시)까지 씻김굿과 진도 만가 등으로 구성된 영등살 놀이(뽕 할머니 전설 재현)와 강강술래, 진도아리랑, 남도 들노래 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8시부터는 진도읍 향토문화회관에서 민속예술단 공연 등을 마련.

▽둘째 날(18일)〓오전 11시부터 가무극 ‘다시래기’ 진도북춤 등 공연. 오후 6시 바닷길이 열리면 농악대와 함께 걷는다. 오후 8시부터 다시 공연.

▽셋째 날(19일)〓이충무공의 업적을 기리는 강강술래와 진도북놀이 등 공연. 바닷길 열리는 시각은 오후 6시 반.

:그 밖의 행사:△체험형 ⓛ개매기=16일 진도읍 청용리 바닷가. ‘건간망’이라는 그물을 쳐두고 썰물 때 걸린 물고기(숭어 돔 전어)를 건진다. ②조개잡이=19일 임회면 강계리 해변. ③진도의 맛=홍주 시음, 굴(회 구이) 낙지 맛보는 먹거리 장토. 돌김 미역 다시마 등 특산품 매장 설치.

●진도는 어떤 곳인가

진도에서 세 가지는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림자랑, 글씨자랑, 그리고 노래자랑. 소치(小痴·허련·1808∼1893) 미산(米山·허형·1862∼1938) 남농(南農·허건·1908∼1987) 임전(林田·허문·1941∼)으로 이어지는 남종 문인화 4대를 배출한 운림 산방(雲林山房)이 여기 있고 추사 이후 서예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전(素筌·손재형·1903∼1981)이 여기 출신이다. 또 진도아리랑 남도들노래 강강술래의 고향이 여기. 돌미역과 구기자, 홍주는 진도의 3대 특산물이다.

진도대교가 지나는 울돌목은 세계 해전 사에 기록된 이충무공의 명량대첩 현장, 소치의 거처로 손자 남농이 복원한 운림 산방은 남종문인화의 성지 격. 관매 도 등 빼어난 섬도 주변에 많다.

●여행정보

①찾아가기 ◇대중교통 △고속버스=서울-진도(6시간 소요) 1만8300원. 1일 4회 왕복. ◇손수운전 △서해안고속도로=목포∼2번 국도∼49번 지방도∼18번 국도 △호남고속도로=광산IC∼13번 국도∼18번 국도.

②토요민속여행=10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도군 향토 문화회관에서 관광객을 위해 펼치는 무료공연을 볼 수 있다.

③진도개 훈련 및 묘기 관람=진도개 시험연구소(진도읍 동외리) 훈련장. 월∼금요일 하루 두차례(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2시∼5시 30분)

●축제참가 패키지

보성 차밭까지 들르는 1박2일 일정의 맛 기행. 진도(영등제)∼해남 땅끝(사자봉 해맞이·땅끝 전망대·토말비)∼보성 차밭∼율포(해수 녹차탕)∼순천 선암사. 짱뚱어탕과 장어구이 꽃게탕 백반 시식. 17, 18, 19,일 출발. 13만5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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