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예술 되고파-파리지엔 vs 단순속 세련-뉴오커

  • 입력 2003년 4월 10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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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는 옷의 라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거나 절개선이 복잡한 아방가르드형 의상이 선호된다. 지난 3월 열린 2003. 2004 추동 파리컬렉션의 의상(왼쪽). 루이뷔통.▼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밀리터리룩이 부각되고 있다. 파리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페미닌 밀리터리룩은 군복스타일 아이템을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블라우스 셔츠와 매치하는 것이다.
▼파리에서는 옷의 라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거나 절개선이 복잡한 아방가르드형 의상이 선호된다. 지난 3월 열린 2003. 2004 추동 파리컬렉션의 의상(왼쪽). 루이뷔통.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밀리터리룩이 부각되고 있다. 파리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페미닌 밀리터리룩은 군복스타일 아이템을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블라우스 셔츠와 매치하는 것이다.

● 패션의 두 중심지:우아미 vs 단순미

문화와 경제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패션 분야. 뉴요커와 파리지엔은 미국과 프랑스의 패션스타일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세계 패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내에서도 아메리칸 스타일과 유러피언 스타일로 패션이 크게 구분된다.

20세기까지 전통적으로 국내에서 선호되는 스타일은 아메리칸 캐주얼이었다. 폴로로 대변되는 넉넉하고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떠올리면 쉬울 듯. 아무래도 다수의 유학생이 있는 관계로 국내에 주는 영향도 크다. 정장에서도 뉴요커라고 하면 떠오르는 도나카란이나 캘빈 클라인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도시적이고 간결하고 분명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빈티지에 열광하며 판도가 서서히 유러피언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국내 추세다. ‘콕스’처럼 요즘 잘 나간다는 감성 캐주얼 브랜드들이 유러피언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유러피안 스타일이라면 대개 좀 더 예술적인 절개선들이 들어가 몸매를 살려주고, 아메리칸에 비해 훨씬 빈티지 분위기를 낸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요소는 파리의 역사적 전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지난 2월 열린 2003.2004추동 뉴욕컬렉션에서 선보인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왼쪽). DKNY의 의상.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밝고 분명한 컬러를 선호하는 뉴요커 패션의 전형을 보여준다.
▼뉴욕에도 밀리터리룩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뉴요커들은 하나의 군복 스타일 아이템에 청바지나 운동화 운동복 스타일의 재킷 등을 함께 입는 '스포티 밀리터리룩'을 선호한다.

태양빛이 강한 뉴욕에서 밝고 분명한 컬러를 애용한다면, 파리지엔은 좀 칙칙해 보이기도 하는 중간톤의 컬러를 선호한다.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컬러는 단연 블랙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을 만큼 뉴욕은 분명하고 단순하다.

얼마전에 선보였던 2003, 2004년 추동 컬렉션을 통해서도 뉴요커와 파리지엔은 분명한 대립을 보여주었다.

뉴욕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도시적인 룩에 심취해 있다. 길고 가느다란 라인, 60년대 쿠레쥬 스타일의 단순한 실루엣이 선보였고, 블랙과 화이트를 위주로 절제된 컬러가 사용됐다. 특히 최근에 간결하고 쉬크한 뉴욕 스타일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쇼를 통해 뉴욕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반면 파리 컬렉션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요소가 가장 많이 선보였다. 구조적이라거나 해체주의적인, 이렇게 저렇게 라인을 절개해서 예술적으로 몸의 라인을 살려주는 식이다. 여기에 여성스러움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한 마디로 뉴욕은 미니멀, 파리는 ‘페미닌 아방가르드’를 표방하고 있다.

● 밀리터리룩 붐: 페미닌 vs 스포티

전쟁은 뉴욕과 파리의 거리 풍경도 바꿔놓았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밀리터리 룩의 영향은 두 도시 모두에서 대단하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주체인 ‘당사자’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스타일을 받아들이기가 좋기 때문인지 뉴욕에서 밀리터리룩이 첨가 아이템 정도라면 파리에서는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파리지엔의 밀리터리룩이 뉴요커 쪽보다 좀 더 칙칙하고 빈티지하다.

파리에서는 밀리터리를 안 입으면 ‘간첩’ 수준일 정도로 유니폼처럼 유행하고 있다. 파리지엔 스타일의 밀리터리룩을 연출하려면 반드시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코디네이션해야 한다. 공식은 밀리터리 재킷에 앵클 타이드 팬츠(발목 부분을 조이는 카고 팬츠로 일명 건빵바지)를 입고 ‘뾰족 구두’로 불리는 스틸레토 힐을 신는 것.

뉴요커들의 밀리터리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밀리터리룩으로 무장하기 보다는 아이템 한 두개를 매치하는 것이 특징.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코디하는 것이 아니라 군복 스타일의 재킷이나 카고 팬츠, 또는 군용 가방 등을 데님이나 스포티한 아이템과 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뉴요커들이 스포티한 옷을 선호하는 것은 파리와 큰 차이가 나는 부분. 독창성이 살아 있는 트랙 카디건(줄무늬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이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스포츠 스타일에 첨가되는 밀리터리 아이템이 인기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전쟁 결과와 경제 회복 수준에 따라 미국에서는 또 다른 트렌드가 세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현주 퍼스뷰코리아 패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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