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에겐 태생적으로 근육질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설령 자신은 근육형이 아닐지라도 운동선수의 단단한 어깨와 삼각형의 상체, 그리고 강인한 장딴지를 보면 본능적으로 감탄한다. 마치 여성이 날씬한 몸매에 목말라 하는 것처럼 남성들도 여성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이런 방식의 잠재된 욕구를 표출한다. ‘람보 증후’라고 할까.
보통 아름다운 남성의 몸매는 가슴둘레가 허리둘레의 1.5배 정도라고 한다. 미스터 유니버스로 다섯 번이나 뽑힌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허리둘레가 31인치에 가슴둘레 57인치에 이르렀다고 하니 강인한 남성의 극치미를 보여주는 셈이다.
남성들의 몸은 25세를 정점으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해 갱년기에 이르면 급속하게 체형이 변한다. 피하지방은 감소하고 복부와 내장에 지방이 쌓여 소위 올챙이배처럼 된다. 팔과 다리의 근육량도 줄어들고, 머리카락은 빠져 볼품 없는 ‘ET형’ 몸매로 변모한다.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켜주는 엘라스틴과 콜라겐의 양도 줄어 주름살이 생기고, 피부는 늘어진다. 이 모든 것이 조물주가 생식 시기가 지난 남성들에게 섹스어필하지 못하도록 배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 과학이다. 20대부터 10년마다 14%씩 성장호르몬이 감소하고 65세 이상 노인의 호르몬은 정상의 3분의 1수준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결국 이 호르몬이 어린이 성장 뿐 아니라 성인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복부비만과 골다공증, 그리고 근육의 소실과 피부의 노화 등에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 성장호르몬을 처방받은 노인들은 복부비만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근육형의 젊은 몸매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피부가 탄력을 되찾고, 골다공증과 관절염 증상이 좋아지는 것도 부수적인 이득이다. 나아가 성장호르몬이 심장병 예방, 관절염 치료, 치매 및 뇌졸중의 예방 및 증상 개선에도 기여한다고 해서 이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현대판 불로초를 찾는 인류의 욕구가 있는 한 성장호르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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