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마찬가지로 북간도에서 태어난 혜원씨는 86년 호주로 이민을 떠난 뒤에도 꾸준히 고향을 오가며 사회 사업에 헌신해왔다. 그는 호주로 일자리를 찾아온 옌볜 사람들의 ‘대모’나 다름없었다. 고향 사람들을 힘닿는 데까지 돕는 한편 그들에게 시인 윤동주를 알리려는 뜻에서다.
그러던 중 그는 옌볜의 조선족 아이들이 우리말과 멀어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고, 2001년 한 청소년 잡지와 공동으로 ‘윤동주 문학상’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한국에 대한 자긍심과 모국어에 대한 애착을 갖고, 세상을 떠나기 전에 오빠를 기릴 수 있는 작은 일을 하고 싶은 바람에서였다.
옌볜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윤동주 문학상’ 입상자들은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서 문학 강의를 듣고 윤동주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짧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마음에 품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난해 남편 오씨는 중국에서 문학상 행사를 진행하다 발을 헛디뎌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이 일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윤동주 평전’을 쓴 소설가 송우혜씨도 힘을 보탰고, 지난 2년간 윤동주의 모교인 연세대는 기숙사 등 학교 시설을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혜원씨 부부의 사재(私財)와 뜻 있는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이어 온 행사지만 올해는 아직 비행기 삯 등 행사 경비 1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포기하지 않는다. 윤동주의 시와 영혼이 어떻게든 자신들을 도와줄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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