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 장은 경영자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의 조사에 의하면 1917년 당시 미국의 100대 기업 중 87년에도 생존한 기업은 39개이며 이 중에서도 계속 100대 기업의 위상을 유지한 기업은 단 18개에 불과했다. 87년 미국 경제를 이끈 나머지 82개 기업은 1917년 당시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더라도 그 성과가 미미한 기업들이었다. 게다가 생존한 18개 기업의 성과도 좋지 않았다. 이들 중 시장 평균수익률을 능가한 기업은 2개뿐이었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첫째, 기업이라는 조직이 아무리 효율적이라지만 결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다. GM, 포드, 듀폰, AT&T 등 20세기 미국을 이끈 최고의 기업들조차 시장이 창출한 평균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했다. 둘째, 적어도 미국 경제에서는 혁신적인 신생기업에 의해 관료화된 기존 기업이 도태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선도 기업이 자신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특히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시장 변화와 함께 등장한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경영자들에게 연속성과 안정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창조적 파괴를 선도할 것을 주문한다. 사실 기업과 시장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기업이 연속성을 가정한 후 운영의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시장은 불연속성을 가정하고 창조와 파괴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안정과 유지에 집착하지 말고 시장처럼 변화와 파괴에 주력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바이엘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스털링 드러그’는 당시 유럽 시장을 주도한 비(非)아스피린 계통 진통제인 파나돌이라는 제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사의 아스피린 시장이 잠식될까 두려워 파나돌을 미국 시장에 출시하지 않은 채 아스피린의 해외시장 확대에만 집착하다가 결국 코닥에 인수되고 말았다.
또한 저자들은 창조적 파괴를 선도하는 경영자의 역할을 중시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나 권위보다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경영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은 사업에서 터득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관리 노하우나 운영능력을 리더십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창조적 파괴에 필요한 리더십은 탁월한 운영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변화를 파악하고 문제 제기를 통해 구성원들이 변화를 인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성공전략이 미래의 실패전략이다. 기업 스스로 모든 것을 파괴해야 창조가 가능하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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