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막을 올린 극단 미추의 ‘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팔아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1960년대 중국. 가난한 공장 노동자 허삼관은 돈을 벌기 위해 피를 판다. 그 돈으로 허삼관은 결혼을 하고 세 아들(일랑, 이랑, 삼랑)을 낳는다. 피를 팔아 번 돈은 가정을 꾸리는 초석이 됐다.
그러나 맏아들 일랑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허삼관은 갈등에 빠진다. 과연 자신이 일랑을 포함한 가족을 떠맡아야만 하는가.
허삼관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랑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허삼관은 다시 피를 판다. 이후에도 늘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 투덜대면서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판다.
주제는 절박하지만 연극은 유쾌하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작품.
자칫 늘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스타카토처럼 바뀌는 장면과 낙천적인 웃음으로 경쾌하게 극복했다.
연극의 배경과 소재는 생소하다. 중국, 1960년대, 게다가 매혈. 오늘의 우리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늙은 허삼관이 쓸쓸한 웃음을 흘리며 등을 돌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공감을 얻는다. 스스로를 희생해 가족을 지킨 허삼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던가.
20일까지. 평일 7시30분. 금, 토요일 4시, 7시30분. 일요일 3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1만5000∼2만원. 02-747-5161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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