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계절의 밤에/ 뜰에 나가 달빛에 젖는다/ 왜 그런지 섭섭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이렇게 시작되는 ‘달빛’에 대해 부인 목순옥씨(65)는 “남편이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인 1987년 말에 쓴 작품”이라며 “몇 년 전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해 보관해오다 이번에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삶의 회한과 근원을 토로한 이 작품은 이승의 삶을 돌아보며 저승을 엿본다는 점에서 대표작 ‘귀천’과 쌍을 이루는 절명시(絶命詩)로 평가된다. 20여년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카페 ‘귀천’을 운영해 오고 있는 목씨는 인사동에 있는 한옥을 개조, ‘천상병 기념관’을 지은 뒤 천 시인의 유품과 사진을 전시할 계획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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