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역사스페셜, 현대사 훑는다…묻혀진 진실 추적

  • 입력 2003년 4월 15일 17시 47분


4년간 KBS 1 '역사스페셜'을 진행해오는 탤런트 유인촌.
4년간 KBS 1 '역사스페셜'을 진행해오는 탤런트 유인촌.
70년대초 박정희대통령이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을 검토하던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서 보고한 문서에는 개발초기부터 이미 최종 목표가 ‘폭탄’임을 밝히고 있다. 당시 한국의 선택은 왜 핵폭탄이었는가. 또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어떤 필사적인 노력을 했는가.

선사시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를 다뤄온 KBS1 ‘역사스페셜’(토 오후 8시)이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 얽힌 비화를 정부 기록 문서를 통해 추적하는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꾼다.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새 시리즈의 제목은 ‘역사스페셜 2003특별기획-발굴! 정부기록보존소’.

“정부기록보존소의 문서를 보고 흥분했습니다. 테이프 자료 중에는 ‘80년5월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대학총장들에게 한 훈시’와 같은 자료도 있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이용해 이전 현대사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다큐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재석 역사스페셜 책임프로듀서)

이 프로그램이 KBS ‘영상실록’이나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다른 현대사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정부기록보존소’에 소장된 정부문서를 활용한다는 점. 정부기록보존소에는 조선시대, 구한말 대한제국 문서, 일제 총독부문서, 미군정, 제1공화국∼국민의 정부까지 대통령이 결재한 서류 등 방대한 문서와 비디오, 사진 자료 등이 총망라돼 있는 ‘역사의 보고(寶庫)’다.

KBS1 ‘역사스페셜’ 제작진이 대전 정부기록보존소에서 학예연구관들과 함께 현대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공 KBS
제작진은 이 문서를 통해 현대사의 사건들의 결정적 순간 국가 지도자는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갈등이 빚어졌는지를 추적한다. 생존자의 증언과 역사적 현장의 방문 등 입체적인 취재도 보완된다.

우선 5월에는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를 계기로 70년대 한국의 핵개발을 둘러싼 한미갈등, 베트남 파병의 전말, 오일쇼크 당시 사우디왕자 접대에 나선 한국 정부 등을 다룰 예정이다.

‘역사스페셜’ 제작진은 현재 대전 정부종합청사 내에 있는 정부기록보존소의 학예연구사들과 함께 자료를 뒤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기록보존소의 김재순사무관은 “99년 이전에는 정부기록보존소의 문서들은 말 그대로 보관만 해왔고, 목록조차 공개가 안됐다. 이제는 목록 작업을 거의 마쳤으며, 일반에 공개를 할 예정이다. 이번에 KBS역사스페셜팀과 공동으로 발굴하는 자료들은 학계에서도 제대로 검토가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전문 교양프로그램으로서 가상공간이라는 형식적 실험과 의문추적 기법을 도입한 KBS 1 ‘역사스페셜’은 1998년 10월부터 4년여동안 190여회를 방송해왔다. 밀레니엄특집 ‘연속기획 대고구려’, ‘풍납토성 지하 4미터의 비밀’,‘조선판 사랑과 영혼-400년전의 편지’, ‘어느 임란포로의 비밀편지’ 등으로 학계에 역사 논쟁을 불러일으키거나 역사 이면의 사연을 발굴해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남성우 기획제작국장은 ‘역사스페셜’의 시청률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구려 시대다. 광개토대왕이 대륙으로 쳐들어가는 이야기는 15%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이 나오는데, 구한말 고종이나 민비 등 ‘나라망한 이야기’는 시청률이 3∼5%대로 뚝 떨어진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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