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가 평평해서 두무악(頭無岳) 또는 무두악(無頭岳), 산세가 활이나 무지개 같이 둥글어서 원산(圓山), 꼭대기에 못이 있는 모습이 가마솥 같아서 부악(釜岳)…. 모두 한라산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의 애정이 많고 사연이 많을수록 이름은 더 붙여지기 마련이다.
한반도 남쪽에 뚝 떨어져서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은 중국 제(齊)나라의 위왕(威王)과 선왕(宣王), 연(燕)나라의 소왕(昭王), 그리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불로초를 구하러 사람들을 보낸 동방의 낙원이고 석가모니의 제자인 16존자 중 여섯 번째인 발타라(跋陀羅) 존자가 이상세계로 여겨 눌러앉은 성산(聖山)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한라산은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주봉과 그 자락에 360여개의 기생화산, 즉 오름과 그 사이사이에 60여개의 실개천 같은 골짜기가 촘촘히 이어져 있는 한라산은 1만8000여 신들의 고향이고 한국에서 자라는 4000여종의 식물 중 1800여 종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 토박이로 태어나 끊임없이 제주도를 재발견하며 제주도 전문가가 된 저자는 한라산의 자연과 생태, 설화와 역사, 나아가 등산로와 도로, 축제까지 한라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한라산은 4월 초부터 만개하던 진달래가 지면서 철쭉이 서서히 그 붉은빛을 이어갈 시기다. 이 무렵이 되면 1400m 고지부터 정상까지 초원지대가 온통 꽃밭으로 탈바꿈하며 붉은색의 장관을 연출하고 1700m 고지에서는 한라산 철쭉제가 열린다. 저자는 매년 5월 넷째 일요일 오전 11시에 웃세오름에서 산악인들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철쭉제가 열린다며 한라산의 봄소식도 전해준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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