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1대 대통령이자 현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할 때면 항상 부호인 빈 라덴 일가를 방문했다. 1998년에는 제임스 베이커와 함께 빈 라덴 가족의 전용기로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가 고문으로 있던 카일라일 그룹에 빈 라덴 가문은 중요한 재정 파트너 중 하나였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훗날 대통령이 된 아들 조지 W 부시의 친구 짐 배스를 정보원으로 고용한다. 배스는 사우디 재벌인 빈 마푸즈의 미국 투자 대리인이기도 했다. 마푸즈의 여동생은 오사마 빈 라덴의 4명의 부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배스는 조지 W 부시가 설립한 석유회사에 거액의 투자를 했는데 실제 자금 출처는 오사마 빈 라덴의 동생인 살렘 라덴일 가능성이 높다.
9·11 테러와 관련한 흔한 ‘음모론’ 중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이력을 보면 생각이 약간 달라진다. 그는 프랑스 유력지 르 피가로의 국제정치 대기자로, 1차 걸프전을 다룬 ‘걸프전’ ‘사막의 폭풍’ 등 저서를 통해 미-중동 관계에 대한 해박한 정보와 지식을 과시하기도 했다.
저자는 오히려 ‘9·11 테러가 부시 행정부의 음모’라는 시각에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주장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음모론 보다는 오사마 빈 라덴이 96년 이미 미국을 ‘악마’로 규정하며 행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 가와의 연계를 끊지 않은 무원칙성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이런 특이한 행보에는 부시 및 딕 체니 부통령,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을 망라한 행정부 내 매파들의 경제적 이해가 내포돼 있다는 시각이다. 2차 걸프전을 불러온 배경에 이들의 경제적 이해가 얽혀있음도 당연히 암시된다.
눈길을 끄는 내용에 비해 저자가 주제를 펼쳐나가는 방식은 명쾌함이 떨어져 독자가 맥락을 쉬 따라잡기 힘들다.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도, 주장을 담백하게 펼쳐놓는 것도 아닌 데다 장(章) 사이의 인과관계를 한눈에 어림하기도 힘들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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